◎연암 산문집/연암 소설집/이몽룡을 천하의 난봉꾼 묘사/김주영씨/정약용·박지원 글 한글문체로/허경진씨 우리의 고전문학을 새 세대들의 감각에 맞춰 현대화하는 작업이 의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작가 김주영씨가 요설과 풍자를 섞어 「춘향전」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외설 춘향전」이 민음사에서 출판됐으며, 허경진씨(목원대 교수)는 걸출한 실학자들인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산문과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산문·소설을 한글문체로 새롭게 엮은 「다산 산문집」 「연암 산문집」 「연암 소설집」을 한양출판사에서 펴낸다.
국문학사에서 자주 다뤄지고 있으나 지금의 삶과는 괴리가 있던 우리의 고전이 한글세대의 감각과 느낌에 맞게 재해석·재탄생되고 있는것이다.
김주영씨의 「외설 춘향전」은 고전「춘향전」을 큰 줄기로 삼아 풍부한 얘깃거리를 보충하고 있다. 「춘향전」을 한글문체로 풀면서 이 작가 특유의 건강한 해학과 에로티시즘, 고어 등을 구사하고 있다.
흔히 「춘향전」은 남원퇴기 월매의 딸 성춘향이 고을수령의 아들 이몽룡과 사랑을 했으나, 이몽룡과 이별한 뒤 새로 온 변학도의 수청을 들지 않아 곤욕을 치른다는것이다. 과거에 급제한 이몽룡이 어사로 나타나 변학도를 혼내주고 춘향과 재회한다는 행복한 결말이다.
「외설 춘향전」에서 이몽룡은 천하의 난봉꾼이다. 춘향을 깊이 사랑하지도 않았고, 과거에도 연거푸 떨어져 춘향을 변학도로부터 구해내지도 못한다. 아무 능력이 없는 몽룡은 장돌림을 통해서야 겨우 변학도를 혼내줄 수 있다. 춘향은 아버지 성참판의 본처 최씨부인의 꾀로 옥에서 탈출한다.
「외설 춘향전」은 고전의 재해석이라는 긍정적 해석과 함께 고전의 왜곡이라는 점이 시비를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허경진씨의 작업은 한글문체에 맞는 국역작업이다. 「다산 산문집」 「연암 산문집」을 곧 출간할 예정이며 조선후기 양반사회의 허세를 묘파한 「호질」 「양반전」등 연암의 소설 10여편도 번역돼 「연암 소설집」으로 묶여 나온다.
산문집에는 연암과 다산의 교우를 말해주는 편지들과 본인의 철학을 피력한 글들이 주로 선택됐다. 「연암 산문집」에는 「열하일기」의 주요 내용이 수록돼 있고, 「다산 산문집」에는 「목민심서」 「시경강의」등 다산이 남긴 주요저서 6권의 머리말을 모았다.
허경진씨는 『수많은 실학자들의 글 가운데 가장 문학적인 글은 연암과 다산의 글이다. 다산이 시인이라면 연암은 소설가다. 스승 이가원선생이 40여년전부터 번역해오신 글들이었지만, 새 세대 독자층에게 읽힐 수 있도록 허락을 받고 다시 번역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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