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텔 꿈동산의 「느림보소프트」 회원/「셈틀지기」 등 25종프로그램 개발 박신혁(13·방산국교6년) 고창진(〃·성수국교〃) 오윤호(〃) 이상호(〃·청주 중앙국교〃) 김상훈(12·화계국교5년) 이정석(11·오금국교4년) . 한국의 빌 게이츠를 다짐하며 21세기를 준비하는 무서운 아이들이다.『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이 유일한 목표』라고 말할만큼 이들은 원대한 꿈과 당찬 용기를 갖고 있다.이들은 지난해 4월 PC통신망인 하이텔 꿈동산에 「느림보소프트」라는 작은 프로그래머모임을 개설했다. 꿈동산은 만14세이하 어린이들이 가입할 수있는 하이텔내 특수공간이다.
당시 프로그램짜기에 푹 빠져있던 박군이 이 모임의 주역이 됐다. 꿈동산 대화방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프로그램짜기를 취미로 갖고 있어 쉽게 친해질수 있었다.
하이텔을 제공하는 (주)한국PC통신 나진옥씨(26·영업부)는 『컴퓨터경력은 비록 2∼4년밖에 안되지만 프로그램 개발에 매달리는 이들의 노력과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중 몇명은 프로그램 만드는 실력이 웬만한 어른 아마추어 프로그래머 못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고 했다.
이들은 프로그램 구성 및 디자인에서부터 프로그램 개발, 테스트, 사용설명서작성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을 순전히 혼자힘으로 한다.
느림보소프트는 단순히 정보를 교환하고 궁금한 점을 해결하는 공간일 뿐이다. 대화수단은 전화를 이용하거나 PC통신망의 전자우편, 대화방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느림보회원은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하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심지어 새벽2∼3시를 넘기기가 일쑤다. 또 밤낮없이 PC통신을 하다보니 전화요금이 10만∼20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부모들로부터 꾸중을 들어본 회원은 아직 한명도 없다. 오직 용기를 북돋워줄 뿐이다.
이들이 이용하는 프로그래밍언어는 베이직, 파스칼, 터보C등 다양하다. 나이어린 상훈이와 정석이는 아직 GW베이직, 퀵베이직등 다루기 쉬운 언어를 애용한다. 이에비해 박군, 고군, 오군등은 파스칼, 터보C등 고급언어도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다.
그동안 이들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은 교육용 게임용 통신용 유틸리티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셈틀지기」 「퀴즈박사」 「친구관리」 「가야말드의 검」 「간통(간이통신 에뮬레이터의 줄임말)」 「느림보셀」등 25종에 이른다. 이중 일부는 하이텔 공개자료실에 올려 놓았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짜다보니 이들은 컴퓨터를 다루는 실력이 대단하다. 또 컴퓨터잡지를 통해 컴퓨터기술동향이나 컴퓨터시장의 흐름을 꿰뚫고 있으며 자판을 두들기는 손놀림도 무척 빠르다. 국민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2∼3학년 수준의 영어단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 것도 프로그램을 짜면서 얻은 부수효과다.
회원들은 느림보라는 이름때문에 주위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것 같다고 치기어린 불평을 하고 있지만 박군의 아버지 박은일씨(46·목사)는 해석을 달리한다. 박씨는 아무리 스피드시대라 하지만 아이들에겐 한걸음쯤 늦추어 가는 것이 어쩌면 더빨리 가는 것일수 있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설명했다.【김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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