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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손」 다시 키운 풍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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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손」 다시 키운 풍토(사설)

입력
1994.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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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자씨―82년 정·재·금융계등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이철희·장령자사건」의 장본인이다. 그처럼 「악명」높은 여인이 가석방중에 다시 「일」을 일으켜 24일 검찰에 의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사기) 및 부정수표단속법위반혐의로 구속됐다. 앞으로 이 사건은 법에 의해 장여인등 관련범법자들이 처벌되겠지마는 그것으로 문제가 풀어지는것은 아니다. 우리는 장씨 개인의 반사회적·반도덕적 「사취」행위를 준열히 규탄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기」행위, 특히 바로 다름아닌 장여인같은 잘 알려진 사기전과자가 벌이는 「사기」행각을 가능케한 사회적인 토양과 금융계 풍토에 더욱 뿌리깊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범죄는 범죄자 개인에게 우선 직접적인 책임이 있으나 범죄자의 주변환경에도 간접적인 책임이 있는것이다. 장여인 개인의 범죄는 법으로 다스리면 된다. 그러나 제2, 제3의 장여인을 얼마든지 복제할 수 있는 병든 사회적 체질과 금융계 생리는 어떻게 할것인가.

 82년사건은 얼마나 충격적이었던가. 어음사취액 1천8백1억원에 조은·상은등 두 시중은행장과 공영토건 및 일신제강등 두 대형회사의 회장등 모두 32명이 구속됐고 국무총리와 재무·법무장관등의 경질등 내각을 갈아치우게 했던 사건이다. 장여인이 자신의 형부이자 당시 전두환대통령의 처삼촌인 이규광씨를 「후광」으로 한껏 이용해서 확대된 「권력형 사기사건」이었다. 장여인은 힘에 약한 또한 힘에 편승하려는 우리의 정치·경제·사회적 풍토를 최대한 이용했다. 그리고 그것이 법의 단죄를 받기전까지 먹혀들었던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장여인이 「힘」의 후광을 업을 수 없었지마는 친분있는 전직 국방장관·전은행장등 그럴듯한 「간판인물」을 이용한것이 먹혀들었다. 권력형 사기사건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는 개연성을 보여줬다. 김영삼대통령이 「의식개혁」 「한국병의 치유」를 취임이후 역설해왔지마는 94년이 82년과 의식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것을 나타내줬다. 특히 금융계는 이번 사건에서도 병리적인 비리를 다시 드러냈다. 서울신탁은행·동화은행등 두 은행의 지점장과 전서울은행장·상호신용금고등 금융기관이 불법적으로 어음을 지급보증하거나 거액예금을 임의로 불법인출하여 착복케했다. 또한 동일인 지출한도를 위반했다.

 장여인은 구조적으로 예금실적경쟁을 해야하는 은행원들의 취약점을 이용하여 거액의 예금을 몰아주는 대가로 지점장들을 「하수인」으로 만든것이다. 비리과정에서 관련금융기관들은 도명·실명확인기피등 금융실명제규정을 예사로 위반했다. 정부의 금융실명제 정착노력을 비웃는것같다.

 은행은 예금을 유치해야 하므로 구성원들의 투철한 직업정신이 배양되지 않는한 법과 질서의 사각지대가 될 잠재성을 항상 갖고 있는것이다. 「장령자사건」을 영원히 잠재우기 위해서는 역시 의식개혁 이외에는 왕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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