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령자는 지병이 있었다. 「제2의 이·장사건」이라는 이번 어음사기사건이 터졌을 때도 장여인은 개인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신세였다. 널찍한 빌라집과 그림같은 한식별장, 최고급 외제차등으로 남보기에는 여왕이라도 부럽지 않은 호화생활을 즐기고 있었지만 지난 82년의 첫번째사건 여파로 심장이 안좋은 탓에 건강 불안을 떨쳐버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장여인의 진짜 큰병은 마음속의 투기병임이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다. 몸속의 심장병이 문제가 아니다. 몸속의 심장병도 따지고 보면 결국 투기병이 몸을 병들게 해 생긴 것에 불과하다. 장여인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투기병은 본인 자신도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중증임에 틀림없다. 지난 92년3월 감옥문을 나서면서 입으로는 『이제는 조용히 살겠다』고 말했지만 「더많은 재산」을 향한 그녀의 열망은 그순간부터 다시 한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큰 사건을 잉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장여인은 이미 처음 감옥에 들어갈 때부터 재산이 많은 상태였다. 법도 그녀의 몸을 묶었을 뿐 재산을 빼앗지는 못했다. 출옥할 때에도 그녀의 재산은 종전 그대로 고스란히, 아니 그동안 나라를 휩쓸었던 부동산 투기광풍 덕에 몇배나 더 불려져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은 채 불법적인 수법을 동원해 새사업을 벌이고자 했던것같다.
장여인은 금융투기의 명수였다. 이번에도 예의 그 수법을 구사해 10여개 금융기관을 끌어들여 돈을 모았다. 첫번째 사건의 실수를 바탕으로 일을 꾸려가면 탄로날 리가 없다고 확신한 걸까. 사기행각의 종착지가 감옥임을 잘 알고 있고 또 누구보다도 감옥생활의 지긋지긋함을 체험을 통해 알고 있는 그녀라면 이번 사건을 일으킨 발단은 장여인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속에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버티는 투기병이라고 보는게 타당할 것이다. 투기병의 파괴력을 이번 사건은 생생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장여인은 이제 사기행각의 끝마무리로 다시 감옥으로 들어가게 됐다. 82년 첫번째 사건으로 치른 10년간의 고통스런 감옥생활도 그녀의 이 투기병을 고치지 못한게 커다란 불행이었다. 이번에도 감옥안에서 투기병은 다시 재기를 꿈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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