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자없이 독대 “내용안다는 사람 거짓말쟁이”/전임과달리 구두로만… 비서실에 준비도안시켜 주례보고를 위해 매주 한차례씩 청와대로 올라가는 이회창국무총리. 청와대 바깥에선 김종필 민자당대표와 함께 가장 많이 김영삼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나는 셈이다. 현재 대통령에게 정기독대형식으로 보고하는 사람은 두사람 외에 격주보고를 하는 이시윤감사원장과 김덕안기부장 정도.
이총리의 주례보고에선 무슨 얘기들이 오갈까. 사실 주례보고엔 일체의 배석자가 없어 대화의 내용은 물론 분위기마저 자세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없다. 『총리의 주례보고내용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거짓말쟁이』라는 총리실 주변의 얘기가 전혀 허튼 소리만은 아니다.
황인성전총리는 총리비서실에서 만들어준 32절지 크기의 20장짜리 보고서를 그대로 읽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총리는 구두로 보고를 한다고 한다. 총리실에서 준비하던 보고서는 이총리취임후 곧바로 없어졌다.
통상 보고시간은 한시간 안팎으로 감사원장시절과는 달리 보고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인것으로 전해지고있다. 이총리가 한주의 주요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과 판단을 섞어 분석하는 식으로 보고를 하면 김대통령이 대강의 방향을 지시하는 형태일것이라는게 주위의 추측이다. 이총리 자신이 총리직이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고 이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자리임을 잘 알고있어 감사원장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한다.
이총리는 감사원장시절에는 직언을 하는 스타일이었다. 『직계존비속재산을 빼고 재산을 신고하는 정직하지 못한 공직자가 있다』는 김대통령의 지적에 『저도 그렇게 신고했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해 대통령의 얼굴을 붉히게 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이다. 전직대통령조사문제를 놓고 미묘한 갈등을 빚은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이총리는 감사원장땐 청와대에 가면서 한번도『보고하러 간다』는 표현을 쓰지않았다.
총리실은 이총리의 주례보고에 거의 신경을 쓰지않는다. 전임총리때면 주례보고뒤에 업무지시가 산더미같이 쏟아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보고뒤에 총리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경우도 이제는 없어졌다. 달라진 총리의 위상이 새삼 확인되는 대목이다.【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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