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작가 김은국이 미국서 「순교자」를 내놓아 필명을 떨친것은 64년의 일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특집으로 소개하기까지한 「순교자」는 한국전쟁 당시 평양서 인민군에게 구금된 14명의 목사가 겪은 박해와 수난을 다룬 영문소설이다.◆ 14명중 12명은 학살당하고 1명은 정신병원으로 보내지고 1명만이 살아 예수를 팔아 먹은 가롯 유다와 같은 배교자로 의심받았으나 실제로는 살아 남은 생존자만이 마지막까지 고문과 회유에 꺾이지 않고 신앙을 지킨 유일한 저항자였으며 그는 후퇴하는 유엔군을 따라가지 않고 평양에 남았다가 실종된다는것이 소설의 줄거리다.◆ 고문에 못이겨 신앙을 버린 사람도 희생되었고 끝까지 신앙을 고수한 사람도 스스로 사지에 눌러 앉아 목사 14명은 모두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그것은 곧 북녘땅에서의 종교의 말살을 의미한다.◆여러 채널을 통해 남북대화가 시도되던 80년대 중반부터 슬그머니 북한의 종교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평양에는 봉수교회 칠골교회 장충성당등이 세워져 재미한인목사와 남의 목사가 평양을 방문하는 기회에 예배를 인도하기도 했다. 개신교뿐만 아니라 가톨릭과 불교쪽에서도 남북접촉이 활발하게 시도되었다. 북한의 종교개방 제스처였다. 90년 재미 김계용목사가 가족방문길에 돌연사한 의문의 사건이 발생한뒤 북한의 종교개방은 폐쇄로 돌아섰다.◆미국의 세계적 선교사 빌리 그레이엄목사가 27일 평양을 방문하여 북한체제하에서는 처음으로 심령부흥회를 연다고 한다. 핵사찰문제등 미국과의 관계가 미묘하게 전개되자 북한은 닫았던 종교의 문을 다시 빼끔히 열려는 모양이다. 평양에서 종교집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얼어붙은 동토에선교의 씨를 뿌려 어느때인가는 싹을 트게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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