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종휘씨 망명/한·미 외교 “뜨거운 감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종휘씨 망명/한·미 외교 “뜨거운 감자”

입력
1994.01.24 00:00
0 0

◎미 “국내법상 「신청」 거부할 이유없다”/「외교적 압박」외에는 신병요구 등 한계 김종휘 전청와대외교안보수석이 미국에 영주권을 신청, 정치적 망명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동안 밀월관계를 유지해오던 한미외교에 「뜨거운 감자」가 되고있다.

 이는 미국정부가 김전수석의 영주권신청을 「미국내에 좀 더 머물러야겠다」는 사적 요청 차원으로 보고있는데 반해 우리 정부는 김전수석이 본국의 사법적 처리를 피하기 위한 도피수단으로 영주권 취득을 기도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미국정부는 비록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미국내에서 일정한 납세실적만 있으면 영주권신청에 응하게 돼있다. 따라서 김전수석의 경우는 미국국내법상으로 볼 때 그의 영주권신청을 거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김전수석의 영주권신청을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 보이콧했을 경우 자국내에서 이 문제가 먼저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듯 하다.

 이 때문에 미국은 김전수석의 영주권신청이 있자 즉각 주미한국대사관을 통해 이 사실을 한국정부에 알렸으며 이때 미국정부의 입장도 함께 전해왔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극히 이례적이고 신속한」통보는 김전수석에 대한 우리 정부의 미묘한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또한 김전수석에 대한 판단을 한국측에 넘겨버림으로써 혹시 야기될지 모르는 「외교적 책임」을 사전에 봉쇄한다는 의미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우리측으로는 미국으로부터 김전수석의 「정치적 망명」신청사실을 통보받았음에도 이에 대한 확실한 입장표명을 미뤄왔던것으로 알려졌다. 김전수석의 영주권신청이 일시적인 체류연장의 의미인지 망명을 위한 수단인지, 혹은 김영삼대통령의 재임기간에는 미국에 있겠다는 도피의사인지가 쉽게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주미공관과 미국정부에 비공식 채널을 통해 그동안 수차례 김전수석의 진의를 알아봐줄 것을 요청했으나 김전수석과의 접촉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비공식 답신만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전수석은 자신의 개인변호사를 통해 영주권신청을 했으며 신청서류 자체는 「순수영주권신청」으로서 발급에 하자가 없는 「완벽한 자격요건」을 구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우리정부는 그동안의 비공식 채널을 포기하고 공식적으로 미국정부에 김전수석의 영주권신청을 거부함으로써 그의 「정치적 망명」을 원천봉쇄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도 이에 대해 『한국정부의 공식요청에는 공개적인 답변을 하겠다』는 입장이나 자국내의 법률과 관행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어 우리의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이같은 외교채널과는 별도로 김전수석을 국내로 불러올 수 있는 방안들을 검토하고있다. 즉 지난해 한미간에 체결된 사법공조조약에 의해 미국이 김전수석에 대한 수사권을 대리행사해줄 것을 요청하거나 아예 김전수석의 신병인도를 요구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들 경우는 현재 한미간에 범죄인인도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유로 외교적 앙금만 가중시킬 공산이 크다.

 결국 김전수석의 영주권신청이 공개적인 문제로 떠오른 지금의 상황에서 양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서로의 감정만 상하게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70년대 김형욱 전중앙정보부장의 망명을 미국이 이민형태로 허용함으로써 양국간에 적잖은 외교마찰을 야기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김전수석을 소환할 합법적인 수단이 없어 「미국의 조치」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 외교적 「압박」의 수위를 조정해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있다.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비유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정병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