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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풀기」보다 「문제키우기」/염재호 고려대 행정학과교수(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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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풀기」보다 「문제키우기」/염재호 고려대 행정학과교수(지면평)

입력
1994.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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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보도 해결책대신 폭로 치중한감/현장 그래픽처리는 독자이해에 도움 근 십여일간 낙동강 식수오염문제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당사자인 영남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온 국민이 정부의 무책임을 힐난하고 행정당국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신문과 방송은 연일 낙동강 오염문제를 머리기사로 장식하고 문제점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보도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평자의 입장에서는 웬지 각 신문이나 방송의 보도태도가 못마땅하게 여겨졌다. 그 까닭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한것같다. 

 첫째, 사건의 보도에 대한 진중하지 못한 자세이다. 대형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론은 때를 만난듯이 흥분하여 이를 보도한다. 싸움에서 옳고 그름을 냉정하게 판단해주기보다는 싸움하는 사람을 부추겨 더욱 흥분시키는것이다.

 만약 언론의 책무가 객관적인 사실의 보도나 공정한 분석에 의한 평가로 국민들의 문제에 대한 사리판단을 돕는 일이라면 보다 신중한 태도로 문제를 접근하는것이 바람직했을것이다. 영남주민들의 입장에서 심각한 문제라는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화가 나고 질책하고 싶은 느낌이 드는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언론도 당국을 질책만 할 뿐 당장 영남주민들이 식수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둘째, 각 언론들은 이 문제를 보도하면서 연일 사건을 확대하는 느낌이 든다. 악취에서 시작된 식수오염문제가 벤젠과 톨루엔등의 발암물질 검출발표로 확대되다가 건설부와 환경처의 부처간 이기주의문제로 비화되고 약수의 세균감염보도로 이어지더니 팔당댐 하수처리문제까지로 확대됐다. 언론이 사건을 확대시키기만 하고 문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때 국민들은 그저 매일 아침 신문을 대하기가 두려울 따름이다.

 셋째, 언론의 보도가 독자들의 이해를 차분하게 유도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수질검사의 항목과 전문적인 PPM을 나열하고 외국기준치와 비교하기 보다는 그 특성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유해물질의 인체에 대한 장기적인 해독여부를 알려주는것이 바람직했다고 생각한다. 즉 벤젠함유량이 WHO기준치보다는 낮고 미국 기준치보다는 높다는 보도는 독자들에게 막연한 불안감만 가중시키지 별로 정보로서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 경우 전문가들의 견해를 균형있게 보도해 주었으면 한다.

 결국 언론의 「정부 두드리기」(GOVERNMENT BASHING)나 폭로성 보도태도는 문제의 본질을 밝히지도 못했고 영남지역주민들의 고통을 해소시켜 주지도 못했다. 그저 감정적인 통과의례로 흥분하다가 잊혀지고마는 푸닥거리에 불과하다는 아쉬움이 이번 낙동강 수질오염에 대한 보도를 접하면서 또 한번 느끼는 느낌이다. 정부의 무책임을 탓하기에 앞서 언론에서도 페놀사태이후 얼마나 수질오염에 관심을 기울였고 최소한 환경전문기자를 한명이라도 육성해 놓았는지 묻고 싶다.

 이러한 보도태도에 한국일보도 예외가 아니었던것에 아쉬움을 느낀다. 단지 한국일보의 경우는 다른 신문에 비해 보도의 정확성과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는 점에서 오염의 발원지와 오염의 현장을 그래픽으로 처리해서 보다 현장감있게 사건을 전한것이 두드러졌다.

 끝으로 몇해전 라면 우지파동이 났을 때의 일이 떠오른다. 우연한 자리에서 만난 서울에 있는 일본특파원들은 신문보도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우리 일본언론같으면 그 문제를 이렇게 센세이셔널하게 다루지는 않았을것이다. 유해문제가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밝혀지기도 전에 이야기를 이렇게 확대하여 보도하는것은 결코 어느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위도 선장실종사태의 보도가 잊혀지기도 전에 또 한번 언론들이 일방적으로 흥분하는 보도를 접하면서 다시 떠오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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