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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남극까지 영광의 두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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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남극까지 영광의 두 주역

입력
1994.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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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경 탐험단장/“무보급·무휴식… 세계가 놀란 벅찬 쾌거” 94한국남극점탐험대를 직접 조직하고 후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남극대륙까지 동행했던 고인경단장(51)은 『이번 탐험대의 쾌거가 청소년들과 특히 심신지체아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극점에서 대원들을 만났을 때의 상황은.

 ▲11일 상오 4시10분께(이하 한국시간) 극점 부근에서 망원경으로 보니 하얀 지평선 위로 까만 점 4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너무나 가슴이 벅찼다. 그리고 2시간여만에 극점에 대원들이 당도했으나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얼굴은 온통 화상으로 퉁퉁 부어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고생을 해가며 한국인 최초로 극점을 밟은 대원들이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외국기지 요원과 탐험대들의 이번 한국탐험대에 대한 평가는.

 ▲극점에 있는 미국 스콧―아문센기지 요원들은 44일만에 무보급·무휴식으로 왔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이들은 원래 탐험대들에게 물 한 잔 대접하지 않을 정도로 외부인의 접근을 꺼리나 우리 대원들에겐 설명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강당에 40여명을 모아놓고 대원들이 탐험과정을 소개했다. 93년 일본탐험대등과 비교해 이들과 ANI사는 대단한 평가를 했다.

 ―극점 정복후 1주일이나 비상대피를 했었는데.

 ▲체감온도가 영하 49도나 내려가는 상황에서 식량마저 부족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단장으로서 소감은.

 ▲우리 대원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용감하고 건강한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을 했다. 바로 한국인의 강인한 의지를 온 세계에 보여준 것이며, 지구촌 한국인들에게 긍지를 심어준 훌륭한 기회라 생각한다. 이러한 큰일을 이끌어 주신 한국일보사와 후원해준 각 회사 관계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허영호 공격대장/“입벌린 얼음틈…  태극기 꽂고 전원눈물”

 에베레스트등정, 북극점 정복에 이어 남극점마저 정복한 허영호대장(40)은 『새해 첫머리에 성원해준 국민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극점도달 순간의 상황은.

 ▲전날 밤 텐트를 치고 망원경으로 쭉 살피는데 갑자기 큰 돔이 번쩍 눈에 뛰었다. 미국기지였다. 바로 25 앞이 극점이었다. 그 다음날 극점을 보면서 하루종일 걸어 미리 마중나와 있던 고단장님 일행을 만났다. 태극기를 꽂고 서로 얼싸안고 악수하면서 울었다.

 ―대장정기간에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초속 25∼30의 폭풍설과 시야가 완전히 막히는 화이트 아웃(WHITE OUT)현상때문에 가장 어려웠다. 특히 이 현상은 짙은 구름때문에 자외선이 차단돼 바로 신발 밑이 안 보일 정도였다. 그 속을 오로지 콤파스에만 의지해 일직선으로 가니 언제 크레바스에 빠질지 몰랐다. 

 ―음식고통은 없었나.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양을 두 배나 늘려도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었다. 맛은 생각지도 않았지만 대원들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대장정에서 최대의 고비는.

 ▲남위 84도를 넘어서 크레바스지대가 시작될 때였다. 게다가 화이트 아웃현상까지 겹쳐 대원들이 수없이 넘어지고 자빠지고 하여 말할 수 없이 어려웠다. 자칫 잘못해 수십 아래 틈새로 빠지면 끝장이었다.

 ―한때 베이스 캠프와의 교신이 끊어졌는데.

 ▲12월31일부터 1월5일까지 6일간 완전히 연락이 끊겼다. 우리가 가는 곳도 그랬지만 베이스 캠프쪽의 날씨가 최악이어서 도저히 교신을 할 수 없었다.

 ―이번 탐험성공의 요인은.

 ▲자료조사가 충실했던데다 그동안 많은 원정경험이 쌓여 준비가 무척 좋았다. 이런 극지탐험은 한두번의 경험으로는 정답이 나오지 않는다.

 ―미국 스콧―아문센기지에서는 어떤 질문을 받았나.

 ▲중간지원도, 휴식도 없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올 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 그리고 수많은 등산·탐험을 다니는데 성공을 보장하는 특별한 부적이라도 갖고 다니느냐고 물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목욕하고 쉬는 것이다.【푼타 아레나스(칠레)=손태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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