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6공 외교·안보 핵심인사가 어떻게…”/여,공인의식 부재 질타 야,정치쟁점화 태세/노 전대통령측 정치적의미 배제속 내심불쾌 김종휘전청와대외교안보수석이 최근 미국에 영주권을 신청,사실상 망명을 꾀한 사실이 22일 알려지자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에서는 김씨의 공인의식부재에 대해 강한 비난을 퍼부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씨의 사실상 망명신청에 대해 『한마디로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보였다. 관계자들은 대부분 『고위공직에 있었던 공인의 처신이 그럴수있느냐』며 『자신의 행동이 결국은 나라망신을 시키는 일이라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얘기』라고 성토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6공정부에서 한동안 외교 안보 국방을 총괄하다시피 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처신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6공정부뿐아니라 나라전체에 먹칠을 한 셈』이라고 비난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씨는 청와대외교안보수석을 지낼때 아주 가까운 부하직원들에게까지도 자신이 돈과는 거리가 먼 깨끗한 사람인것처럼 행세했고 율곡비리관련의혹에 대해서도 미국에서 전화를 걸어 결백을 호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다면 떳떳하게 귀국해 결백을 증명해야 할것아니냐』고 비판했다.
청와대측은 또 김씨의 영주권신청을 미국이 받아준다해도 우리 정부가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일말의 무력감도 느끼는듯 했다. 한 관계자는 『한미간에 범인인도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아 김씨를 소환할 수도 없고 미국정부에 대해 영주권신청을 불허하도록 요청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김씨문제에 대해 일단『우리가 신경쓸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율곡사업감사에 참여했던 감사관들은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한결같이 『뻔뻔하다』 『뇌물수수사범이 무슨 정치적 망명이냐』 『미국측이 영주권을 발급하지 않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해야한다』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신동진사무총장은 이날 『김씨는 지난해 7월초 뇌물수수혐의로 검찰에 고발된만큼 감사원의 손을 떠난지 오래』라며 『율곡사업감사가 시작되자마자 미국으로 도피한 것을 볼때 김씨의 망명신청은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공식입장과 달리 감사관들은 『안보관련분야의 고위직에 있었던 인사가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망명을 신청하는 것은 비양심적 행위』라며 『형사상 범죄를 저지른 인사가 정치적 망명을 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여야는 모두 『정부고위직에 있던 사람이 국가적 망신을 무릅쓰고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느냐』면서 김씨를 강력히 비난했다.
김종필민자당대표는 이날아침 『한때라도 공직에 있던 사람은 비록 공직을 떠나더라도 국가에 대해서 무한책임을 져야하는 법』이라며 『제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서청원정무장관도 『율곡사업비리의혹등은 중요한 문제인만큼 국내에 들어와 얘기를 해야할것』이라며 『그것이 공인으로서 떳떳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번 일이 현정부의 편파적인 사정으로 초래된 결과로 규정짓고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지는 한편 한미양국정부에 김씨의 인도를 요구하는등 정치쟁점화할 태세이다.
조세형최고위원은 『현정부가 누구는 도망가도록 하고 누구는 구속하는등 편파사정을 한 결과에서 비롯된 부작용』이라며 『김씨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정정당당하게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성의원은 『율곡비리는 미국정부와도 관련이 있는 사안』이라며 『따라서 미국정부가 김씨에게 영주권을 주는것은 도덕적으로도 정당치않고 방조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태우전대통령측은 『김씨의 미영주권신청은 구속될 것을 겁내 귀국치 않으려는데서 비롯된 개인적 차원의 일』이라며 애써 정치적 의미를 배제하려는 눈치이다. 노전대통령은 이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않고 있으나 내심 상당히 괘씸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측근들은 말했다.
한 측근은 『김전수석은 지난해 4월 출국한이후 정해창전비서실장과 이병기전의전수석과 각각 한번씩 전화통화한후 이제까지 일절 연락이 없다』며 『차라리 귀국해서 떳떳이 수사에 응하는게 낫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했으나 무응답』이라고 말했다.【신재민·이동국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