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친분인사 교묘히 이용/시류 둔감… 재기중 헛발 「큰손」장령자씨가 12년만에 다시 대형금융사고를 몰고 나타났다. 12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회상황이 급격히 달라졌고 금융관행도 많이 변했지만 장씨앞에서만은 별로 변한게 없었다.
장씨가 관련된 이번 어음부도사건의 총 사고금액은 현재까지 2백92억원, 이로 인한 금융기관 피해액만 76억5천만원에 이르는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아직까지 회수되지 않은 어음 및 당좌수표가 1백54장에 달해 전체 사고규모는 최고 1천억원대에까지 달할것으로 금융계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부도어음은 ▲유평상사 52억8천4백만원 ▲김주승씨 및 이벤트꼬레 58억3천만원 ▲대명산업 30억5천5백만원 ▲포스시스템 1백7억원등이다. 여기에 김주승 씨 개인이 부동산을 담보로 신용금고등으로부터 빌린 돈이 13억4천5백만원, 서울신탁은행 압구정지점에서 불법인출된 30억원을 포함하면 사고금액은 모두 2백92억원에 달한다.
이로 인한 금융기관 피해액은 서울신탁은행 30억원, 삼보신용금고 35억9천만원, 민국신용금고 5억5천만원, 대아신용금고 5억1천만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나머지 1백72억여원은 금융기관에서 어음을 할인해 직접 자금을 조달해 간것이 아니라 세금납부나 부동산계약 위약금, 사채동원등에 쓰인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번 부도파문의 발단이었던 5억6천4백만원짜리 유평상사어음은 장씨가 지난해 부산 범일동소재 땅 2천1백여평에 대한 종합토지세로 부산동구청에 납부했던것이다. 또 김주승씨명의의 42억5천만원짜리 어음은 장씨가 이 부동산을 매각하려 했다가 계약을 위반, (주)부산화학에 위약금조로 넘겨준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장씨 주변인물등 관계자들에 따르면 장씨는 가깝게 지내던 퇴역장성 정치인 재벌회사임원 사채업자등으로부터 어음을 발행해주고 적지 않은 돈을 빌려 쓴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도가 난후 장씨의 청담동집에 돈을 떼인 모 퇴역장성의 측근들이 찾아와 장씨측과 심한 다툼을 벌이는것이 모신용금고 관계자에 의해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면 장씨는 12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어떻게 이들에게 여전히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장씨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친분과 은행원의 약점을 최대한 이용했으며 ▲사채업자나 기업, 사회유력인사들에 대해서는 자신의 재산과 사업내용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끌어들인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유평상사 어음할인을 직·간접적으로 도와준것으로 알려진 김영덕 전서울은행장, 정태광 삼보신용금고사장, 신상식 상업증권상무등도 장씨가 과거의 인연을 빌미로 도움을 청하자 마지못해 들어주었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반면 김칠성 서울신탁은행관리역(전압구정지점장)이나 장근복 전동화은행 삼성동출장소장의 경우는 예금유치실적 부담의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사례에 속한다.
장 전출장소장은 장씨가 1백40억원의 예금을 조성해준데 대한 대가로 50억원의 유평상사 어음에 불법지급보증해주었으며, 김관리역은 지점장시절 장씨가 거액의 예금을 끌어다주면서 가까워져 은행원 복무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유평상사 이사직을 맡았고, 서울신탁은행 압구정지점에서 하모씨 명의의 예금 30억원을 불법인출해 장씨측에 넘겨주기까지 했다.
장씨는 또 재력이 있는 사람들이나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자신이 부동산등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으며 1천억원대의 큰 사업을 추진중이라고 과시, 돈이나 어음·수표등을 빌린것으로 알려졌다.【김상철기자】
◎장 여인 측근 김용남씨 인터뷰/“주변서 사업재개 너무 부추겨/사기 아니다… 변제능력도 있어”
이철희·장령자씨부부는 유평상사 대명산업등 관련기업들의 연쇄부도로 사건이 확산일로를 걷자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채 잠적한것으로 알려졌다. 대화산업(대표 이철희) 비서실장이자 이씨부부의 오랜 측근인 김용남씨(53)를 만나 이번 사건의 경위와 장씨부부의 근황을 들어봤다.
―이씨부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도 소재를 모른다.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그분들이 핸드폰등을 통해 직접 연락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만간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사건경위등을 해명할 날이 있을것이다.
―이번 이·장파문을 두고 계획된 사기극이라고들 말하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다. 10년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분들이다. 6개월만 감옥에 들어갔다 나와도 달라지는 판에 10년동안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한 두분(이씨부부)이 세상물정이 어두워진 상태에서 과연 쉽게 재기할 수 있겠는가. 82년에도 부도를 내고 사기극을 저질러서 구속된것이 아니라 구속됐기 때문에 거액부도가 났던것이다.
―장씨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사람을 잘못 써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는데.
▲주변에서는 사업재개를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고 나도 명예회복과 사업의 실질적 성공를 위해선 『당분간 더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분이 활동재개를 부추기는 일부 아랫사람들과 금융계주변 인사들의 말을 너무 믿었던것같다. 82년에도 남의 말을 너무 들은게 실수였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고 본다.
▲현재 부도금액만도 3백억원에 달하고 있는데 대부분 부동산이 압류된 이·장씨가 과연 변제능력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재산은 두분이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정확한 재산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른다. 또 비서마다 업무분담이 철저하게 돼있어 현재 무슨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일만 잘 풀리면(부동산처분을 의미하는듯 함) 사고난 돈을 막는데는 문제가 없을것으로 보인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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