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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망명의 공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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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망명의 공분(사설)

입력
1994.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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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공정권때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종휘씨가 미국에 영주권을 신청, 사실상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는 소식은 매우 충격적이다. 장관급의 막중한 요직을 역임했던 그가 오늘과 같은 문민시대에 어떠한 이유로든 해외에 도피, 외국에 망명을 신청한 것은 공인의 윤리와 책임에 어긋나는 일이며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 하겠다. 망명이란 쿠데타나 혁명으로 인한 정치적 탄압이나 종교적 인종적 박해를 피하기 위해 외국으로 도피하여 장기체류·영주형식의 보호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1948년 발표된 세계인권선언은 『사람은 누구나 박해로부터의 보호를 타국에 청구하고 또 향유할 권리를 갖는다』고 했다. 유엔이 채택한 「비호권에 관한 선언」에서도 이를 재확인한 바있다. 다만 범인과 범죄혐의자까지 보호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망명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은 국가적 수치다. 민주주의와 정당한 법치주의가 제대로 운영되는 나라에서는 망명이란 있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도 많은 망명의 선례가 있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자 애국지사들이 해외로 망명, 독립투쟁을 벌였고 건국후 자유당때 선우종원씨, 4·19후 장경근씨가 일본에 망명한 바있다. 특히 유신독재시절에는 김형욱전중앙정보부장을 비롯하여 당시 미국과 유럽주재 일부외교관들이 정부의 부당한 훈령에 반발, 주재국에 망명을 신청하여 정부가 국제적인 치욕을 당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번 김종휘씨의 망명신청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분노를 느끼고 있다. 망명신청의 배경이 떳떳지 못하고 명분 역시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첫째 군사정권도 아닌 소위 문민정부하에서의 망명이란 난센스란 점, 둘째 그가 6공정권의 북방정책추진에 깊숙이 간여한 핵심적 공인이었다는 점, 셋째 새정부에 들어와 차세대전투기의 기종변경에 관련된 혐의로 검찰과 감사원으로부터 소환명령을 받았으나 불응, 미국으로 도피한 상태라는 점, 넷째 노태우전대통령등 지난날의 동료들이 「귀국과 해명」을 종용했음에도 거절하고 잠적했다는 점, 그리고 여권유효기간이 남아 있는데도 서둘러 망명을 신청한 점등 어느것 하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김씨에게 간곡히 당부하고자 한다. 일신의 안녕을 위해 어쩔 수 없다 해도 망명관철은 스스로 직권남용 및 위법행위를 인정하는 것인 만큼 국가를 욕되게 하고 국민을 배신하지 말고 돌아와서 떳떳하게 조사를 받기를 바란다. 망명할 경우 영원히 위법혐의와 불명예가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할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한미간의 「범죄인도협정」이 미체결상태인만큼 미국에 대해 망명을 불허할것을 요청해야 하며 미국 역시 문민시대에 한국국민정서에 반하여 망명을 허가하지 않도록 해야할것이다. 김씨문제는 정치적 탄압의 문제가 아니라 위법행위 여부에 관한 문제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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