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운영·기업연수 “체질개선”/정치적무력·팀웍허점 비판도/내년 단체장선거당내화합 본격 시험무대로 민자당의 문정수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 23일 취임한후 며칠 안돼 결재서류를 검토하던 중 깜짝 놀랐다. 20여 사무처요원들이 점심회식을 한 비용이 1백만원을 훨씬 웃돌게 책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문총장은 새해초에도 사무처가 별로 중요치 않은 간담회비용을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수 없는 정도로 과대포장한 경우를 발견했다. 문총장이 이들 서류를 결재하지 않고 기안자를 호통치며 되돌려 보냈음은 물론이다. 이는 작년말 민자당진용이 전면 개편된후 당내에서 일고 있는 여러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작은 예이다.
과학정당 정책정당을 표방하며 현장중시의 당운영을 표방했던 새 당직진용의 취임 한달 성적표는 과연 어떨까. 비대한 집권당을 지휘하기에는 총량적 무게가 다소 가볍다고 느껴졌던 이들이 스스로에게 내리는 평점은 얼마나 될까.
이에 답하기 위해 우선 당무에 새롭게 도입된 여러 아이디어와 이것이 갖는 의미와 한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 최대행사인 전당대회가 청와대에 의해 일방연기돼 당운영의 정치색채가 크게 희석된 만큼 이 문제는 무엇보다 새진용의 당무장악력에서 찾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자당이 새해 제1성으로 강조한 것은 당운영비의 10%절감이다.으레 방만한 것으로 치부됐던 정당예산부터 긴축운영, 국정기조를 뒷받침하고 절감된 비용을 복지및 후생에 돌려 비용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것이었다. 2월15일의 창당4주년행사를 예년과 달리 당사에서 간소하게 치르기로 한 것등은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또 정당사상 처음으로 8백50여명에 달하는 중앙당과 지구당요원들을 삼성·대우·럭키금성연수원에 2박3일씩 입교시켜 국제화시대에서 살아남는 일류경영기법을 체험케 함으로써 정당체질을 탈바꿈시키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이와함께 집권당 처음으로 31일부터 1주일간 당조직에 대한 직무감사를 실시, 이완된 당분위기를 쇄신하고 인력을 재배치해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 구체화됐다.
각종 회의체를 공식화, 당내외 현안을 가감없이 토론하고 실행함으로써 아직도 조직 곳곳에 뿌리박고 있는 계파이질감을 서둘러 해소한다는 방향도 설정됐다.
정책팀이 모두 갈려 초기에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최근들어 당정협의채널이 빈도를 높여가며 정례화돼 급속히 안정세를 회복하고 있다는게 자체평가이며 이한동총무의 등장이후 대야관계도 일단 무리없이 탄력적 국면을 맞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당운영의 변화와 팀컬러로 비춰 새진용은 초기의 일부 우려시선을 뿌리치고 급속히「안착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일반적으로 평가된다.
물론 당이「청와대정치」에 밀려 너무 왜소화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않다. 또 낙동강수질오염이나 팔당상수원문제 대응에서 보듯 팀웍이 도처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으며 당체질의 개선방안이라는 것도 실속없이 모양새만 강조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하지만 당의 고위관계자는 이런 비판을 일축하며『대통령의 개혁의지에 동참하는한 당진용에는 앞으로 더욱 급속한 탄력이 붙게될 것』이라며『당이 활력과 힘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집권당에 고질화된 동맥경화증을 근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새진용의 역할과 힘이 평가되는 것은 지금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전히 소외감을 갖고 있는 세력들을 안아가며 새정부의 중간평가성격을 띠고 있는 내년의 지방자치단체장선거의 기틀을 닦아야 하는 과제와「김종필대표체제이후」를 겨냥하는 세력들간의 물밑갈등 조정문제등은 이들의 정치력을 시험하는 본격무대로 부상하고 있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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