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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자씨가 주선 신탁은예금/대리인이 30억 불법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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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자씨가 주선 신탁은예금/대리인이 30억 불법인출

입력
1994.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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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감없이 예금주 몰래 찾아가/장씨,전액 경영자금 사용한듯 장영자씨부부 어음사기사건과 관련, 장씨의 대리인이 지난해 10월 장씨가 주선해 서울신탁은행 압구정지점에 예금된 하모씨(58·여)부부의 예금 30억원을 예금주 몰래 불법인출한 사실이 21일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따라 이번 어음사기사건과 관련한 사고금액은 모두 1백60억원으로 늘어났다.

 신탁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5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장씨의 대리인인 김칠성 전압구정동지점장이 30억원이 입금된 하모씨부부의 통장을 가지고 와 인출을 요청, 그대로 30억원을 내주었다는것.

 은행측은 김전지점장이 인감을 나중에 찍어주겠다고 약속했고 통장도 제시해 예금을 내주었다고 밝히고 그러나 아직까지 인감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전지점장이 인출한 30억원중 21억원은 장씨의 사위인 탤런트 김주승씨가 경영하던 이벤트 꼬레에, 7억원은(삼보상호신용금고에,2억원은 장씨와 관련있는 포스시스템에 각각 송금, 장씨가 임의로 경영자금으로 활용한것으로 드러났다.

 김전지점장은 지난해 9월 폐업하게 된 유평상사를 장씨에게 소개, 장씨가 인수토록 했으며 자신은 겸직을 금지하는 은행원 복무규정을 어기고 대기발령상태에서 두달동안 유평상사의 이사로 재직했었다.

 신탁은행 관계자는 『이번 무인감 예금인출 사고와 관련해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히고 『현재로선 김전지점장이 장령자씨의 사주를 받아 현압구정지점장에게 거액의 예금을 조성해주겠다고 유혹해 일으킨 사기사건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해설/단순 부도 아닌 사기극 가능성/사고금액 “눈덩이”… 대형금융사고 조짐

 유평상사부도로 시작된 「제2의 이·장파문」이 대형 금융사고로 확산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신탁은행 30억원불법인출사건으로 관련금융기관과 기업체, 사고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금융계에선 『장씨와 주변인물들의 조직적인 사기극이 아니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자료수집과 내사활동에 머무르고 있던 은행감독원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이번 사건과 관련된 9개금융기관에 대해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21일 밝혀진 서울신탁은행 압구정지점 30억원 불법인출사건은 이번 사건이 이씨부부의 재기과정에서 현금부족으로 빚어진 단순부도사건이 아니라 계획된 사기극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사건 자체를 새로운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서울신탁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5일 장씨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하모여인이 저축예금통장을 개설하며 10억원을 입금했다. 이어 전지점장 김칠성씨(유평상사를 장씨에게 소개시켜준 인물)가 찾아와 하씨의 통장을 제시하며 『하씨와 잘 아는 사이다. 인감은 없지만 거액예금을 조성해줄테니 돈을 내달라』며 9억원을 인출해갔다. 다음날 하씨의 남편 원모씨가 보통예금에 20억원을 입금했고 이어 김전지점장은 같은 수법으로 총 21억원을 받아갔다.

 신탁은행측은 『이처럼 지점장이 잘 아는 고객의 편리를 위해 실예금주가 아니라도 인출해주는 불비취급은 은행가의 관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감독원은 이번 불법인출사고가 단순한 창구관행이라기보다는 ▲하씨등이 장씨에게 속았거나 아니면 ▲장씨가 하씨와 김전지점장등과 사전각본하에 꾸민 예금사기사건의 가능성도 있는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결과 김전지점장이 인출한 30억원은 ▲장씨사위인 김주승씨의 이벤트꼬레에 21억원 ▲컴퓨터판매업체 포스시스템(지난해 11월 부도를 냈으며 이 회사어음을 김주승씨가 배서·할인했다)으로 2억원이 송금됐으며 자기앞수표 7억원은 삼보신용금고로부터 교환요청이 들어온 상태다. 

 장씨는 최근까지도 『1천억원대의 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큰 소리치며 관련기업들로부터 당좌수표나 어음용지를 받아 마구 유통시킨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스시스템」대표인 조모씨도 장씨의 말을 듣고 당좌수표 20장을 넘겨준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부도를 냈던 부산 대명산업도 같은 이유로 약속어음을 장씨에게 발행해준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변인물들의 말대로라면 장씨의 자금조성방식은 10년전과 별로 달라진게 없다. 83년 공영토건도산때처럼 대출을 약속해주고 어음을 발행받은뒤 마구 유통시켜 실제발행금액보다 몇배나 많은 돈으로 부풀리는 수법이 지금까지도 중소기업을 상대로 어느정도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장씨의 계획된 조작극인지, 실명제와 부동산침체로 현금동원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재기를 노리다 빚어진 무리수인지는 확실치 않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고금액은 이벤트꼬레와 유평상사 대명산업등 3개사의 부도와 불법인출사고를 합쳐 1백6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이들회사의 미회수어음이 40여장이 넘는데다 「장씨의 재기」를 믿고 당좌수표·어음을 내준 기업들이 많을것으로 보여 총사고금액은 3백억∼4백억원대를 웃돌것으로 보인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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