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섬유로 자동차 만든다/차체 금속보다 가볍고 견고/주행시험만 남아… 차세대 차혁명 예고 브라질 국립항공과학대(ITA)의 젊은 연구생들에게는 밤과 낮의 구별이 없다.
새벽 1,2시에도 교수를 찾아가 질문과 토론을 벌인다. 교수들도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연구활동에 시간제약이 있을 수 없다는것이 ITA의 불문율이자 전통이다.
ITA는 브라질 젊은이들이 「과학입국」의 꿈을 키우는 곳이다. 그 꿈은 제2의 산토 두몽이 되는것이다. 세계 최초의 비행기를 발명한 사람을 보통 미국의 라이트형제로 알고들 있지만 항공 전문가들은 비행기제작의 시조로 브라질의 산토 두몽을 꼽고있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며 괴팍한 삶을 살았던 두몽은 자신이 제작한 비행기가 전쟁무기로 쓰이는데 비애를 느껴 상 파울루 인근 항구도시 산토스 해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7년연구 개가
ITA의 학생들은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 과학자 두몽의 뒤를 잇기 위해 밤낮을 잊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지만 ITA가 항공분야에만 매달리고 있지는 않다. 저마다 다양한 연구테마를 설정해 최초·최고·최신을 지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무공해 신소재개발에 집중적인 노력을 쏟고 있다.
이중 가장 흥미를 끄는것중 하나가 마(마)로 만든 자동차이다. 지금까지 자동차의 차체는 거의 금속이 그 소재가 돼왔다. 보다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새로운 합성금속의 개발이 세계일류 자동차회사들의 주요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ITA학생들은 가장 흔하면서도 값싼 섬유질 소재를 이용해 신세대 자동차를 만드는 연구를 계속해왔으며 그래서 햇빛을 본것이 마섬유 자동차다.
마에다가 특수 수액을 혼합해 만든 섬유재 차체는 기존의 금속차체에 비해 훨씬 가벼우면서 견고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마섬유 차체는 현재 제작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ITA학생들이 마섬유 자동차의 제작에 눈을 돌리게 된데는 애절한 사연이 있다.
지난 84년 마르코스 포벨이라는 ITA의 한 학생이 교통사고로 숨지자 그의 부모는 아들의 자가용 승용차를 학교에 기증했다.
동료·선후배들은 이를 신소재 자동차 제작의 계기로 삼아 전담연구팀을 구성했다. 10여명으로 발족된 이 개발팀은 우선 바나나 줄기로 섬유소재의 차체를 제작했으나 공정이 힘들고 제작비가 비싸 86년부터 재질을 바꾸기로 했다.
그러나 숱한 재학생들이 뜻을 이루지 못한채 졸업했고 마섬유 차체개발작업은 후배들에 의해 계속 이어져 7년만인 지난해에야 이뤄졌다.
마섬유 자동차 1호는 현재 포벨이란 이름이 붙여져 시내 주행실험을 앞두고 있다.
마섬유 자동차는 제작비가 기존의 자동차보다 30∼40%정도 싸고 차체무게도 일반차량의 3분의1밖에 안된다.
주행실험을 해보지않아 아직 정확한 수치는 나와있지 않지만 차체가 가벼운 만큼 연료소모도 훨씬 줄어들것으로 보고있다.
이 계획에 4년간 참가해온 파바노 마차는 『섬유자동차의 가장 큰 장점은 운행기간에는 부식되지 않으나 땅에 묻었을 경우 자연분해되는 점』이라며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극히 바람직하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들은 자동차외에도 호버 크래프트등 각종 중소형 선박, 물탱크, 차량, 스프링등을 무공해 마섬유로 대체하는 실험을 계속하고있다.
○스프링 실용화
현재 마섬유 소형보트는 이미 제작돼 시험운행에서 호평을 받았다.
차량에 사용될 스프링 역시 마와 유리섬유를 혼합해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승용차에 쓰이는 철제스프링은 무게가 18㎏인데 비해 마섬유 스프링은 2·5㎏밖에 안돼 훨씬 가볍다.
버스용 스프링은 철제가 1백15㎏이나 마섬유제는 32㎏이다. 버스용 마섬유 스프링은 벌써 실제 차량에 부착돼 시내에서 시험운행중이다. 강도나 충격흡수 능력에서 현재까지는 전혀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을 지도하고있는 하짐 알 쿠레시교수는 『마는 지금까지 농산물등을 담아 운반하는 부대등으로만 사용돼 왔고 그나마 수요가 점차 줄어들어 버려지다시피 하고있다』며 『싸면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마를 차체, 스프링등의 재질로 가공하는 포벨계획은 충분히 상업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역시 포벨계획의 일원인 파울로 세르지오도 『우리의 작업이 어떻게 평가되든지간에 무공해신소재로 차체등을 만든 점에 자부심을 갖고있다』며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보다 값싸고 훌륭한 문명의 이기를 제공하는데 일생을 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상파울루=김인규특파원】
◎ITA출신 “대인기”/항공계요직 장악… 미·유럽도 진출
ITA학생들은 처음 2년간은 한국의 교양학부격인 공통·기본과정을 이수한다. 3학년이후부터 5학년까지 기계공학·우주공학·전자공학·항공학·컴퓨터공학등 5개학과중 하나를 전공으로 선택한다.
특히 3학년부터는 실기와 연구에 중점을 두므로 졸업과 동시에 관련업종에 바로 참가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의 실력을 갖추게 된다.
ITA졸업생의 상당수가 미항공우주국(NASA)이나 유럽의 관련기관에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또 브라질 항공사 「엠브라엘」에 취직, 자국 항공업계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ITA졸업생들이 이 회사의 중요부서를 거의 독차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흔히 브라질은 중공업이 발달되지 않은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항공·우주공학분야만큼은 세계 정상수준에 육박하고있다.
최근 브라질을 방문한 강택민중국국가주석은 엠브라엘이 제작한 항공기를 타본뒤 성능에 매료돼 즉석에서 소형비행기 40대를 임대하기로 약속했다.
ITA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브라질에서 태어난 청소년들에게만 입학을 허용해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누구든지 브라질 국적을 취득하면 들어갈수 있다. 이는 브라질정부가 ITA를 그만큼 중시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브라질은 또 자체 기술만으로도 인공위성을 설계·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데 이는 ITA가 있기에 가능하다.
ITA는 공군본부 안에 위치, 외부인들의 출입을 극히 제한하는등 각종 연구결과의 외부유출을 막는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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