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 따라 내일을 우려하고 있는 농어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거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서둘러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정부가 오는 7월1일부터 시행을 목표로 목적세인 농어촌특별세의 제정을 서두르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일에는 전·후와 완·급의 순서가 있는 것이다. 세금을 신설하려면 무슨 목적으로 얼마를 어떻게 걷어들이겠다는 것이 먼저 결정돼야 한다. 특히 목적, 즉 지출용도는 구체적이고 세밀해야 한다. 세금에서 으뜸가는 원칙이 소위 이 량출제입(세출규모를 결정한뒤 세입규모를 정한다)이다. 재무부가 21일 발표한 「농어촌특별세법제정안」은 한마디로 이 원칙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실제로 어디에 얼마가 소요되는지 계상도 하지 않고 우선 돈부터 걷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협정에 따라 우리 농어촌의 생존과 농·축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정부의 특별대책이 요구된다는데 국민들은 공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돈부터 내라는데는 상당한 거부감을 갖게 된다.
지난 10일 조세연구원에서 열렸던 정책토론회에서도 대다수는 『농정에 대한 청사진이 먼저 제시되고 재원조달방안이 나중에 마련돼야 한다』고 정부의 선세금징수 후대책의 자세에 강력한 반론을 제기했었다. 청사진이 없으니 1년에 1조5천억원씩 10년동안에 모두 15조원을 징세하겠다는 징수목표액도 근거가 뭣인지 분명치 않다. 농림수산부는 재무부의 「농어촌특별세법제정안」발표와 때를 맞추어 15조원을 경쟁력 강화등에 6조원, 기반정리사업에 6조원, 지역균형개발에 3조원을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징수예정총액 15조원을 적당히 굵직굵직한 항목으로 나눠 배분한 것이다. 국민을 우롱해도 너무 하는 것 같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어촌대책은 글자 그대로 국가백년지대계다.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정부는 농어촌을 농·어업뿐만 아니라 2, 3차 산업이 혼재하는 복합산업지역으로 발전시켜나가는 동시에 농업이 산업으로서 최소한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기업농 및 기계농체제로 끌고나간다는 것이 기본방향인 것 같다. 또한 농민의 탈농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경우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므로 재촌탈농을 위해 농어촌의 지역개발과 복지에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대원칙마저 정부부처와 관계자들 사이에 더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대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목적세를 걷는다는 것은 예산의 낭비만 자초한다. 정부는 국회에 농특세법안제출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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