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조기집행 등 의욕보여/한화 “새 각오”… 일부선 “현대 정회장도 선처를” 한화그룹 김승연회장이 21일 구속 52일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한화그룹은 물론 재계 전체가 사법부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직 올해 사업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한화그룹측은 이날 『새로이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를 다졌다. 여러 채널을 통해 김회장의 선처를 요청해온 재계는 사법부의 이번 결정을 통해 최근들어 김영삼대통령이 일관되게 외치고 있는 경제우선의 정책의지를 명확히 확인했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 김회장의 석방의 뜻을 남다르게 받아들이고 『이제 우리가 나설 차례』라고 입을 모았다.
재계는 김회장에 대한 사법부의 집행유예결정을 과거청산식 사정에 집착했던 새정부가 올들어 더욱 강조하고 나선 미래지향적 정책의지를 실천에 옮기는 일련의 작업중 하나로 해석하고 있다. 재계는 정부가 김대통령 임기5년중 유일하게 선거가 없는 올해중 경제활성화의 토대를 다지고 이를 위해 전국민적인 대화합을 추진하고 있는것으로 확인하고 있으며 지난번 김대통령과 전직대통령들의 회동이 정치적 의미의 화합의지를 밝힌것이라면 이번 김회장의 석방은 간접적인 지원을 통해 재계를 끌어안으려는 정부의 분명한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들어 재계는 정부가 직접적인 조치와 다양한 측면지원으로 경제우선정책을 가시화하고 있는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여신이나 부동산취득규제완화를 비롯한 각종 행정규제의 완화작업과 사회간접자본시설의 민간참여 및 외자도입 허용등이 정부의 직접적인 조치라면 사정정국에 움츠리고 있던 재계를 다독거리는 정부의 조치들은 간접적인 지원이라는 해석이다. 재계는 김회장의 석방을 외무부의 경제우선 실리외교, 안기부가 밝힌 기업과의 정보공유 방침, 지난해 주요그룹 총수와의 독대에 이은 21일의 김대통령과 30대그룹 총수의 면담등으로 이어지는 경제회생을 위한 정부의 측면지원과 같은 선상에 놓고 있다.
김회장의 석방은 재계와 호흡을 같이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중에서도 실질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규하전경련부회장이 재계를 대표해 김회장을 면회하고 주요그룹 총수들이 직간접적으로 정부에 대해 김회장의 선처를 촉구할 정도로 김회장문제는 재계 공통현안이 됐었다. 김회장구속의 직접적인 사유가 됐던 외환관리법위반의 경우 어느 기업이고 정부가 마음먹고 파고들면 문제되지 않을 기업이 없어 재계는 「김회장 구속=정부의 대재벌 사정」으로 받아들였었기때문이다.
재계는 따라서 김회장의 석방으로 기업외적인 불안요인들은 대부분 없어졌고 적극적인 투자와 국제화에 대한 대비를 앞장서 실천에 옮기는 일만 남았다는 반응들이다. 지난해보다 50%나 늘려 계획한 올해 투자를 조기에 집행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등 정부의 경제우선 정책을 구체적으로 행동에 옮길 각오를 보이고 있다. 김회장이 석방된 이날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이 하나가 돼 경제를 살리자는 분위기는 무르익어 가고 있다. 국제화와 무한경쟁시대에 대비하는 과제는 이제 재계의 손에 넘어왔다. 각종 규제완화작업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고임금 고금리 고지가등 고비용구조의 벽을 깨려는 정부의 의지가 뒷받침되고 재계가 적극 나설 경우 우리 경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심을 앞두고 있는 정주영현대그룹 명예회장도 대화합을 통한 경제활성화대열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정부의 선처가 이루어지면 재계는 이를 또다른 활력소로 받아들일것』이라고 밝혔다.
김회장이 석방된 이날 한화그룹은 미루어온 투자와 해외사업들을 조기에 재개할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그동안 술렁이던 직원들의 움직임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아직까지 확정짓지 못한 올해 사업계획과 계열사 통폐합계획을 마무리짓기 위한 작업이 가속화되었다.
이번을 계기로 그룹의 이미지를 일신하자는 분위기도 일고 있다. 한화그룹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임직원 모두 뭉치자는 분위기다. 미루었던 투자를 조기 집행해 정부의 신경제 동참의지를 분명히 하겠다. 국민들에게도 전혀 새로운 한화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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