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백억 가까이 들인 팔당상수원의 오폐수처리장이 부실시공으로 낮잠을 자고 있다는 충격적인 감사원 감사결과가 일제히 보도된 20일 아침. 민자당은 자못 공분을 느낀다는 어조로 『비록 전정권하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경악을 금치못한다』며 관련자의 엄중문책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하지만 하오부터 분위기는 급속히 바뀌었다. 당정책관계자들이 경기도청을 통해 알아보니 지난해 10월 감사시점에 지적사항이 많았던것은 사실이나 지금은 대부분이 시정돼 오페수처리장 가동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다는것이었다. 그러자 이들은 즉각 화살의 방향을 감사원과 언론에 돌렸다.
『감사원이 옛날 일을 지금 그런것처럼 분별없이 발표하고 언론이 이를 확대보도해 괜한 분란을 낳고 국민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어떤 고위당직자는 『언론이 책임있게 써야지, 사실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라고 공개적인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런 민자당의 자신감은 21일 상오에도 계속됐다. 『어떻게해서 감사직후 진행된 대부분의 시정조치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을수 있느냐』고 항변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이때는 이미 감사원이 경기도청의 해명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 어느쪽 주장이 옳은지가 쟁점으로 부각돼 있는 상태였다.
결국 이번 사건은 이날하오 경기도청이 감사원에 대해 두손을 듦으로써 멋도 모르고 목청을 높인 민자당만 머쓱하게한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무엇이 이처럼 민자당의 터무니없는 오판을 가져왔을까. 낙동강수질오염사건에 크게 놀라 「환경보호 녹색운동 추진본부」를 발족시키는등 대대적인 환경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장담한지 몇시간도 채 안돼 잠시나마 민자당의 판단을 흐리게한 요인은 과연 무엇 이었을까.
1천만 수도권주민의 식수를 위협하는 문제를 피감사대상인 도청의 해명보고서 한 장으로 간단히 해소시키는 과감성이 생활정치·현장정치의 핵심이라면 그저 두렵다는 생각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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