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변화·한반도 안보문제 논의/미-북관계개선 사전설명 추측도 제임스 울시미CIA(중앙정보국)국장이 극비리에 서울을 방문, 김영삼대통령과 이병태국방장관, 한승주외무장관, 김덕안기부장을 차례로 만났던것으로 확인됐다. 울시국장의 이번 방한은 지난 18일 밤부터 20일 새벽까지 불과 30여시간에 지나지 않지만 그가 만난 인사들이 한국 외교·안보의 핵심역할을 맡고있다는점을 감안할때 그의 방문은 적지않은 의미를 갖는다.
울시국장은 18일 밤 자신의 전용기편으로 서울공항에 도착, 곧바로 미대사관저로 가서 제임스 레이니주한미대사를 만나 한국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눈것으로 알려졌다. 울시국장은 19일 상오 7시30분부터 8시45분까지 청와대를 예방,김대통령과 조찬을 겸한「극비회동」를 가졌다. 이어 그는 이날 하오 3시께 이국방장관을 국방부청사에서, 한외무장관을 외무부청사에서 만나 CIA의 고유업무인 필드 트립(FIELD TRIP·현장확인 방문)을 수행했다. 이날 저녁에는 자신을 초청한 김덕안기부장과 양국 정보책임자로서의「진솔한 정보교환의 자리」를 가졌다.
김대통령과의 조찬회동에서 울시국장은 북한핵문제 해결이후의 한미관계 변화 가능성과 이에대한 한국의 입장을 경청한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울시국장은 김대통령의「상황설명」을 주로 듣고 최근 미국내 일부에서 제기됐던「한반도 위기설」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임을 강조한것 으로 알려졌다.
울시국장은 이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핵문제 해결이후 팀스피리트훈련이 중단될 경우의 양국간 안보협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두 사람은 한미합동 컴퓨터모의훈련인「포커스레인지」훈련을 활용하는 방안이나 우리정부의 을지훈련을 보강하는 문제등에 대한 한반도의 가상 움직임을 조율해본것으로 알려지고있다.
또 한외무장관과는 미북간의 관계개선문제가 가시화될 경우에 대비, 이에 대한 한국의 입장설명과 미CIA가 새롭게 파악한 북한 외교정책의 변화움직임에대한 정보를 상호 교환했던것으로 추측되고있다.
물론 울시국장은 김안기부장과의 대화에서도 이같은「일반론」이 협의됐으며 특히 북한 김정일체제의 정세변화 가능성에 대한 예측가능한 몇가지 시나리오의 도상검증을 했던것으로 알려졌다.
울시국장은 20일 새벽 출국했다. 그가 미국으로 곧바로 돌아갈지, 혹은 소말리아 현황을「필드 트립」하러가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만큼 그의 행적은 비밀에 싸여있는 것이다.
울시국장이 서울에 오기전에 어디를 들렀는지도 역시 베일에 싸여있다. 동남아지역을「필드 트립」했다는 것만 알려지고있으며 태국등 3∼4개국을 방문했을 것이란 추측과 그전에 호주에도 갔었다는 소문만 흘려놓고 다니고있는 것이다. 한국을 떠날때도 그는『GO BACK(돌아간다)』이라고만 말했다.
미CIA국장의 움직임은 그것이 공개될 경우 그 움직임은 정지된다. 지난 92년 당시 게이츠국장이 러시아를 방문한뒤 한국을 극비방문하려했으나 국내언론에 이 사실이「설」로만 알려졌음에도 방문이 취소된 예가있다. 이번 울시국장의 방한도 사전에 알려졌으면 당연히 불발로 끝났을 것이다. 방한전후의 일정이 아직도 확인되지 않고있는 것도「미CIA는 24시간 세계를 살피지만 하루종일 워싱턴에만 있다」는 그들의 철칙에서 비롯되고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CIA국장의 방한이 확인되기도 이번이 처음이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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