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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협상」 기대와 실망/한기봉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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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협상」 기대와 실망/한기봉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4.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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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번째 빈에 왔다. 공항에 내려 다뉴브강을 건널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빈출장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듯 하다. 매번 기대와 실망이 교차돼온 특파원의 출장길처럼 북한핵문제는 해를 넘겨 2년째로 접어들었다.

 다뉴브강가에 우뚝서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해 2월 북한이 특별사찰을 거부한 이래 지금까지 5차례나 이사회와 총회에서 결의안을 채택했다. 

 IAEA의 결의에 따라 유엔안보리와 총회도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IAEA와 한미양국은 이른바「시한」도 몇차례 설정했다. 시한이 지나면 국제제재를 감행하겠다는 경고였다. 그러나 북한핵문제의 현주소는 아리송하다. 잦은 출장으로 3권째나 되는 취재노트와 기사를 뒤적이면서 부끄럽고 답답한 생각에 빠져든다. 그동안 많은 「오보」를 했다. 기사는 대체로 「이번이 고비」였거나 「중대한 기로」였다. 때로는 「곧 해결될듯」이라는 해설도 썼다.

 이번 7번째 출장길도 그렇다. 지난 연말 미국과 북한의 정치적 합의에 따라 재개된 북한과 IAEA간의 이번 협상은 충분히 기대할만 했다. 그러나 IAEA의 표현대로 「푸른 신호등」은 켜질 기색이 없다.

 「오보」가 특파원만의 책임과 잘못은 아니었다고 위안도 해본다. 워싱턴도 서울도 IAEA도 모두 평양의 내심을 읽지못한 책임이 있다.

 북한 협상대표를 만나기 위해 그의 승용차를 지키면서 북한은 정말「협상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이 1년간 구사한 전술은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단순한 것이다. 곤경에서는 강공수로 되받아치고 진전국면에서는 한없이 시간을 끄는 것이다. 북한의 양면작전에 워싱턴과 서울당국의 정책방향은 「강경대처」와 「대화우선」으로 번갈아 춤을 춰왔다.

 그 손익계산서도 간단하다. IAEA가 특별사찰을 요구하던 지난해 이맘때 북한은 임시사찰은 받고 있었으나 지금은 임시든 통상이든 사찰은 하나도 받지 않고 있다. 북한이 이번 협상에서 서방의 목표대로 임시사찰을 받아들인다면 이를 과연 「진전」이라고 보아야 할것인지.

 취재보다는 「기다림」에 가까운 하루를 보내고 어두운 다뉴브강을 건너 다시 숙소로 돌아온다. 지하철 창밖으로 보이는 강은 첫 출장때처럼 꽁꽁 얼어있다.【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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