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검붉은 폐수·시커먼 분뇨 “악취”/“우리의 생명수” 내걸린 플래카드 무색 한강오염의 또 다른 주범은 폐수만큼이나 썩은 수질관리행정이었다.
19일 발표된 감사원의 팔당수계 오·폐수처리장에 대한 감사결과는 왜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맑은 물공급대책을 추진하는데도 식수오염파동이 거듭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는것이다.
「환경은 생명이다 더 맑게 더 푸르게」 「팔당호는 우리의 생명수입니다」
팔당호 주변 곳곳에는 물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각종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지만 맑은 생명의 물은 한강상류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호텔 공장 축산농가에서 내뿜는 폐수와 생활하수등이 한강상류를 이미 생명력을 상실한 죽음의 하천으로 만든지 오래였다.
하루 5백55만톤을 취수해 서울 인천과 경기도 전지역에 공급하는 상수원 팔당호 상류 한강수계에는 2백90여개의 폐수배출 공장과 2만8천㎡의 가두리 양식장이 있으며 10개의 골프장과 3천여개의 숙박 요식업소가 들어서 있다.
또 곳곳에 축산농장이 있어 축산폐수도 엄청나다.
정부는 팔당호의 수질보전을 위해 90년7월 남양주 용인 양평 가평 여주 이천등 경기도 7개군 43개읍·면 2천1백2㎢를 수질보전 특별대책지구로 지정, 건축등을 규제하고 엄격한 오·폐수 배출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감사에서도 지적됐듯이 하루 5백만톤에 이르는 각종 생활하수와 축산폐수등은 대부분 정화되지 않은채 팔당호로 직접 유입되고 있다.
특히 하수처리구역이외 지역에 1천6백93개소의 요식·숙박시설이 흩어져
영업을 하고 있고 수도권에 인접한 관광·유원지에 연간 1천만명의 행락객들이 찾고 있어 수질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
팔당호의 주요 유입하천은 북한강·남한강과 경안천등 3개 하천.
용인읍 해곡리의 연화산 골짜기에서 발원해 5를 내려온 경안천은 용인읍과 만나는 중류에서부터 가정·축산농가·공장에서 흘러든 검붉은 폐수로 악취를 내뿜고 있었다.
92년8월 1백13억원을 들인 하수종말처리장이 용인읍에 들어서 수질이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이 처리장도 오수차집관로가 잘못 설치돼 감사에 지적됐다. 또 하수처리장 아래쪽에 위치한 포곡·모현·내사면등 3개 면에서 나온 공장·축산폐수와 생활하수는 그대로 강에 흘러들어 겨울철인데도 역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2백50여 축산농가가 돼지 7만마리를 키우는 포곡면 일대의 하수관로는 시커먼 분뇨가 그대로 경안천에 유입돼 거대한 분뇨통을 연상케 했다.
돼지 6백50마리를 키운다는 이 마을 주민 이영상씨(36)는 『농가마다 자체 정화조가 있지만 영세농가들이라 용량이 작아 축산폐수가 하천으로 그대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실토했다.
용인을 지나 광주읍으로 내려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인근 초월면 지월리에서 횟집을 운영한다는 박모씨(42·여)는 『3년전만 해도 여름철이면 수영을 하고 낚시를 할 정도로 물이 맑았으나 요즘엔 창문을 닫아도 하천에서 풍기는 악취를 견디기 힘들다』며 『우리가 이용하는 상수원 바로 옆에 살고 있지만 식수만은 반드시 약수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당호의 상수원보호구역은 팔당호 유입지역인 양평 남양주 광주군등 3개군 8개면 1백57.3㎢로 경기도 팔당상수원관리사무소에서 특별관리하는 지역.
유재규소장은 『인원부족으로 상오7시부터 하오10시30분까지만 감시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며 『상수원보호구역일지라도 주거지역에는 호텔·음식점등의 개설이 자유롭기 때문에 하수량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강수계중 가장 오염이 덜 된 지역으로 알려진 북한강도 대중음식점과 숙박업소, 보트장·선착장·수상스키장등이 난립해 팔당호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남양주군 화도읍을 비롯, 수동면과 조안면 지역에는 섬유·제지·화학·금속등 공해업체들이 밀집, 상수원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구리시와 남양주군·미금시를 거쳐 한강으로 유입되는 왕숙천 주변에도 무려 2백30여개 공장들이 산재해 1일 2만여톤의 폐수를 한강에 쏟아넣고 있다.
당국은 90년이후 하수종말처리장 7개소, 간이오수처리장 13개소, 축산폐수처리장 12개소, 분뇨처리장 8개소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나 팔당호의 하수처리율은 여전히 40%선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시설조차 전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게 감사원감사 결과여서 하수처리율을 따지는 자체가 무의미한 셈이다.【이연웅·고재학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