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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와 골프(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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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와 골프(1000자 춘추)

입력
1994.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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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나는 절대 테니스를 치지 않으리라 결심한 적이 있었다. 논산에서 훈련을 끝내고 강원도 산골에 배치되자 졸병인 내게 주어진 임무가 바로 볼보이였다. 영내에 만들어 놓은 테니스장에서 영관급 장교들이 주중·주말을 가릴 것 없이 가족들과 합세해서 테니스를 즐길 때 동료 두명과 함께 동원되곤 했었다. 네트에 한 명, 양쪽 끝에 한명씩 모두 세명이 그들이 웃고 즐기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볼을 쫓아 다녔다. 우리에겐 테니스화가 없었으므로 군화를 벗고 맨발로 있어야만 했다. 초여름이라 해가 길어서 저녁 7시까지 그 노릇을 했던 나는 절대 테니스같은 비인간적인 운동은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었다. 그런데 지난 몇년간 그 생각이 바뀌게 됐다. 정말로 비인간적이고 반사회적인 운동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도 경기도나 강원도 산세 좋은 곳에 가면 산과 숲을 온통 파헤치는 골프장 공사가 한창이다. 멀쩡한 산을 헐어내고 언덕을 만드려니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게다가 그 위에 잔디까지 입히려니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원래 우리나라 기후에는 잔디가 잘 맞지 않는다. 야산에 잡목과 덤불숲만 우거졌지 초원이 생겨나지 않은 것도 기후 때문이다. 야트막한 구릉이 많고 날씨가 온화하며 사철 골고루 비가 내리는 영국의 기후풍토가 도처에 초원을 가능케했고, 그 바탕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한 운동이 골프다. 그러니 잔디밭을 조성할 필요도 없고 사철 푸르른 잔디를 특별하게 관리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조건을 인위적으로 만드려니 얼마나 무리가 따르겠는가. 산사태는 물론이려니와 죽어가는 잔디를 살리기 위해 뿌려댄 농약으로 골프장 주변은 가히 공해천지다. 

 이에 비하면 테니스는 볼보이없이 하면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피해도 주지 않으니 얼마나 건전한가. 이 건전한 운동 놔두고 다른 사람들에게뿐 아니라 자연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골프를 꼭 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도 굳이 골프채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농약중독으로 발목이 퉁퉁 부을 때에야 그들은 골프를 그만둘 것인가.<김용민·연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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