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답변으로 관련없음 입증 존 메이저영국총리가 17일 대이라크 무기밀매 사건을 조사중인 스콧조사위원회에 증인으로 출두했다. 영국에서 현직 총리가 공개적으로 증인석에 앉은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스콧조사위원회(위원장 스콧판사)는 92년11월 이라크에 대한 무기밀매 사건을 다루기 위해 설치된 특별조사기구이다. 영국은 85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하면서 두나라에 대한 군수물자 판매를 금지한바 있다. 영국정부는 88년 이 금수조치를 완화했고 이에따라 영국의 매트릭스 처칠사는 미사일과 핵탄두용 부품을 이라크에 판매한것으로 밝혀졌었다. 정부가 유엔의 대이란·이라크 무기금수결의를 위반했음에도 의회에서는 계속 금수조치를 준수하고 있는것으로 발표해왔다. 결국 의회와 언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메이저총리는 92년11월 판사를 조사관으로 한 중립적인 조사기구의 설치를 지시했었다.
메이저는 이날 증언에서 외무·재무장관과 총리를 맡고있는 동안 무기금수조치가 완화됐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관련부처의 차관급 각료들이 88년 금수조치를 완화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92년 11월에야 보고받았다고 증언했다.
의회관계자와 많은 취재진이 방청한 이날 증언에서 메이저총리는 조사관의 질문에 비교적 정중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답변했다. 마거릿 대처전총리도 지난해 12월 똑같은 자리에서 조사를 받은적이 있는데 대처는 조사관과 신경전을 벌이는등 메이저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었다.
의회 증인출두로 당내 현안과 지도력 약화로 곤경에 처해있는 메이저총리는 또다른 시험대에 오를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그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 심각한 정치적 타격은 입지 않은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그의 증언대로 자신이 금수조치의 완화결정에 참여하지 않은것이 입증돼 법적인 책임은 면하게 되더라도 총리로서 행정부를 철저하게 장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셈이어서 정치적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다.【런던=원인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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