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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입시제도의 보완방향/이인호(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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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입시제도의 보완방향/이인호(한국논단)

입력
1994.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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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전기대의 합격자 발표가 끝나기도 전이지만, 올해 새로 실시된 새 입시제도는 장점 못지 않게 심각한 단점들을 지니고 있음이 늘어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입시문제에서 교육부가 손을 떼고 모든 것을 대학에 일임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속단을 내리고 본고사 부활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진단과 해결책인지는 보다 신중하게 검토해 봐야할 일이다.○특차선발 확대를

 새 입시제도에서 가장 높이 평가할만한 점은 수험생들에게 보다 넓은 선택의 기회를 줌으로써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려 노력하고, 출제경향의 변화를 통해 고등학교 교육에 신선한 자극을 주려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좋은 의도는 시행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엄청난 혼란과 낭비를 낳고 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살릴것인가. 대학들이 각자 자기입장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속단을 내리기 전에 수험생 전체와 국가이익이라는 견지에서 체계적으로 문제를 다시 검토하는 자세가 요청된다.

 새 제도의 실시에서 가장 새롭고 성공적이었던 부분은 특차선발제도였다.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홍보하며 대학 나름의 기준을 세워 특차 선발을 한 대학들은 간편한 방법으로 많은 좋은 신입생들을 받아들이는데 성공했고, 소신껏 자기에게 맞는 대학의 특차모집에 지원한 학생들은 일찌감치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올해의 특차 제도는 성적이 우수한 일부 학생들에게만 적용되었지만, 대학의 자율성을 진정으로 존중한다면 그러한 제한을 둘 필요가 없다. 또한 산술적으로 계산되는 학업 성적 말고도 특기나 품성, 그 밖에도 대학별 특성에 따라 대학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요소들을 특차선발 척도에 첨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가장 실패한 부분이 복수지원제였다. 복수지원제의 취지는 수험생들이 가장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에 합격이 안되면 그 다음, 또 안되면 그 다음 순으로 대학간의 벽이나 요행의 변수에 구애 받음이 없이 자기 소망과 실력에 맞는 곳에 입학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자는데 있지 원서를 여러장 내고 여러번 떨어지거나 심히 차등 지는 여러 대학에 합격하게 하자는데 있는것이 아니었다. 

○대학의 집단이기

 그런데 이번에 실시된 복수지원제는 원서를 여러장 내게 허용하고, 수많은 허수의 합격자나 미달사태를 발생시켜 대학들을 곤혹스럽게 만든 반면 수험생들에게 진정으로 의미있는 선택의 폭을 넓게 보장해 주지는 못했다.

 왜 이같은 불행한 결과가 초래됐는가. 이번 사태는 정책의 실질적 효과가 어떨것인가를 철저하게 사전점검해 보지 않고, 새로운 정책만 내놓으면 개혁이 성공하는 것으로 흔히 착각하는듯한 교육부의 해묵은 타성과 대학들의 오만과 집단이기주의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수험생들의 자유롭고 안전한 대학선택권 보장보다는 「대학들의 학생선발권」이라는데에 항상 역점을 두어온 일부 언론도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수험생들이 시험에 의해 평가받고 그 결과 승복해야 하듯이 대학들은 진학희망자들의 자발적 선택에 따라 평가받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것이 이치이다.

 그런데도 대학들은 우수한 지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정정당당한 경쟁을 하기보다는 경쟁상대가 될만한 대학들과 시험날짜를 같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우수한 지원자들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심한 눈치작전을 폈다. 결국 수험생들이 비슷한 수준의 여러 대학들에 지원함으로써 복수지원의 실질적 혜택을 입는것은 불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입시 일정이 짜여졌으며 그러한 사리에 맞지 않는 입시 일정의 결과가 명문대의 심한 지원미달사태와 그 보다 선호도가 높지않은 대학들이 수십대의 경쟁을 보이는 기현상이었다.

 수험생들이나 대학들에 다같이 진정으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복수지원제를 시행하려면 대학들의 학생선발 일자를 전기, 후기 또는 어떤 특정한 날짜로 갈라 놓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 특차 선발이 끝난 후 모든 수험생들은 계열별로 한장의 원서에 원하는 대학과 대학간의 장벽에 관계없이 선호순으로 열개 정도 나열하여 입시관리 중앙부서에 제출하고, 성적순에 따라서 우선적으로 그중 어디에 합격했는가를 확인받으면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전국의 대학에 확산되어 대학간의 차등이 크게 줄어들것이며 우수한 탈락자도, 복수합격의 혼란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실질적 복수지원

 이런 간편하고 현실적인 복수지원제 실시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대학별 입시이다. 대학별 시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람들은 수능시험이 변별력이 부족하다는 점과 주관식이 가미된 대학별고사가 고등학교 교육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는데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치열한 국제경쟁 시대에 우리의 대학들은 대학본연의 연구와 교수활동을 수행해 나가기에도 힘이 크게 부족하다. 수능시험의 성격을 좋은 교육효과를 유도하고 변별력이 높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는 일에 전국적 힘을 모으면 되지 그렇지 않아도 과열되는 입시열을 부추기는 효과를 가지는 중첩적 학력 테스트인 대학별 시험에 부족한 고급인력과 재력을 소모할 여유가 있는 것인가. 어떤 대학들은 벌써 시험시행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라는 구실로 시험문제에 대한 독점판권을 팔아넘겼다는 소식이다. 대학별 입시가 없어져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아닌가 한다. 대학들의 오만과 이기심이 입시열풍을 잠재울수 있는 효율적 복수지원제 실시에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될것이다. <서울대교수·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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