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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민당 개명… 생존 몸부림/이인민당으로 간판바꿔 총선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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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민당 개명… 생존 몸부림/이인민당으로 간판바꿔 총선대비

입력
1994.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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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대명사로 낙인,패배불보듯/공산당 성공사례본따 회생 노력 2차대전 이후 이탈리아 정치를 주물러온 기독민주당(기민당)이 18일 당명을 이탈리아 인민당으로 바꿨다.

 기민당은 지난 반세기동안 20명의 총리가운데 16명을 배출한 「공룡당」이었다. 나머지 4명도 당적만 달랐지 기민당을 주축으로 한 집권연정의 파트너 당출신이었다. 기민당은 정계뿐 아니라 관계 산업계 금융계 방송계까지 마음대로 요리해왔다.

 기민당의 당명 변경은 지난 2년간 이탈리아를 들끓게한 정치격변의 마침표에 해당된다. 92년 2월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줄줄이 터져나온 사상 최대규모의 부패추문은 기민당의 존재근거를 뿌리채 뒤흔들어 놓았다.

 전직 총리 4명을 포함, 상하의원(9백45명)의 3분의 1 이상이 부패와 뇌물수수, 정당자금조달법 위반혐의로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았다. 대부분이 집권연정 소속의원이었음은 물론이다. 현 카를로 참피내각의 각료도 4명당 1명꼴로 사법기관의 소환대상이 됐다.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부패사슬구조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은 집권연정에 단죄의 칼을 들이댔다. 지난해 4월의 국민투표에서는 83%의 압도적 지지로 선거법개정안을 승인했다. 새로운 선거법에 따라 유권자들은 상·하의원의 4분의3을 직접선거로 선출할 수 있게 됐다. 민의에 의한 정치개혁의 시작이었다.

 상·하의원의 75%를 비례대표제로 선출하는 구선거법은 구조적 부패의 훌륭한 토양이었다. 이 방식은 선거에 참여하는 모든 당이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눠갖게 돼있다. 결국 유권자가 선량을 직접 뽑는게 아니라 당이 의원을 지명하는 방식이었다.

 후보선정권을 쥔 보스를 정점으로 밀실정치가 판을 쳤고 소수정당이 난립해 정국 불안을 가중시켰다. 강고한 기민당은 부패의 총본산이 됐고 누이좋고 매부좋은 식의 짝자꿍 연정이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선거법개정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실시된 1,2차 지방자치단체장 직접선거에서 집권연정은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참패했다. 기민·사회·사민·자유당등 집권4개정당이 얻은 득표율은 고작 16%였다.

 집권연정으로서도 더이상 버틸 명분이 없어졌다. 급기야 지난 16일 의회가 해산됐고 예정일을 3년 앞당겨 오는 3월27일 조기총선을 실시키로 결정됐다.

 기민당의 당명변경은 이로부터 이틀뒤의 일이었다. 기민당이란 이름으로는 총선승리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기민당은 공산당의 「성공사례」를 머리에 그렸던것 같다.

 서유럽에서 가장 강성했던 이탈리아 공산당은 베를린장벽 붕괴에 뒤이은 사회주의 몰락의 풍파속에서 좌익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처절한 생존전략이었다. 기민당으로부터 철저히 배척당하면서 변두리만 맴돌았던 구공산계파들은 이제 3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제1당으로의 부상이 유력시되고 있다.

 좌익민주당을 비롯한 좌파가 선거일까지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르는 요행수가 생기지 않는 한 이름만 바꾼, 「그 밥에 그 나물」인 기민당의 회생은 불가능하다는 게 현지 분석가들의 중론이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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