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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65세이상 향후 10년새 50%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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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65세이상 향후 10년새 50% 증가

입력
1994.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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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회피·세대갈등 더 심해져/노인복지 큰 사회문제로/실버산업은 대호황… 생활정보화시대 적응위한 스스로의 노력 필요 노인문제가 2000년대의 가장 심각한 사회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0년께 대망의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의 앞길에 노인문제가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인구구조의 급속한 고령화 추세와는 달리 노인문제에 대한 정부의 복지정책이나 사회적 수용능력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세대간의 가치관과 생활패턴의 차이등으로 신체적·경제적으로 무력한 노인들이 가정에서도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것이다.

 이번에 「컴퓨터가 본 2000년 한국의 모습」을 분석, 예측한 세종대 안철환교수(40·응용통계학과)는 『출산률이 감소하고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2000년에는 65세이상 노년층 인구가 전체인구의 7.5%에 육박할것』이라며 의학의 발달, 영양상태의 호전, 높아진 건강의식등을 고령화사회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안교수가 예측한 자료중 인구구조 변화흐름을 꼼꼼히 분석해보면 우리나라가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0년 우리나라의 전체인구중 14세이하 인구의 점유비율은 21%로 예상됐다. 이는 93년에 비해 4%가량 줄어든 수치다.

○전체인구의 7.5%

 이에 반해 65세이상의 노년층인구는 90년보다 47.8% 증가한 3백20여만명으로 총인구의 7%를 차지할것으로 전망됐다. 또 전국민의 평균연령은 90년의 29.5세에서 2000년에는 32.9세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통계청이 90년도 인구센서스자료를 기초로 지난해 발표한 「한국의 고령자실태」에서도 고령화 추세가 급진전되고 있음을 한눈에 알게된다. 이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노령화지수(0∼14세인구에 대한 65세이상 인구의 비율)는 70년 12.9, 80년 17.9에서 90년에는 29.8로 부쩍 높아졌다. 안교수는 2000년에 이르면 노령화지수가 32에 도달할것으로 예측했다.

 급속한 핵가족화와 여성들의 사회진출등으로 대가족시대에 권위의 상징이었던 노인들이 벌써부터 피부양권을 박탈당하고 있으며, 심지어 가정을 「울타리없는 감옥」으로 여기는 노인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힘없는 노인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강제입원을 당하는 사례들이 주위에서 심심찮게 발생, 노인문제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동대문구 장안동에서 은천노인상담소를 운영하는 이병만소장(53·여)의 말이 이를 생생하게 뒷받침해준다. 이씨는 『노인들에게 건강이나 돈문제는 공통적으로 겪게되는 문제다. 상담소문을 두드리는 노인들 말을 들어보면 이보다 정신적인 소외감을 제일의 고통으로 여긴다. 가족회의에서 제외되는가 하면 손님이 찾아오면 구석방에 처박아둔다고 털어놓는등 하소연의 내용도 갖가지』라고 말했다.

○20여년 무소득상태

 한국노인회 이병하회장(80)은 『서구사회의 경우 인구구조가 70∼80년이란 긴 기간에 완만하게 변해온데 비해 우리나라는 30여년만에 산업화와 핵가족화의 소용돌이를 한꺼번에 거친 탓에 노인문제에 대한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는 것같다』며 문제는 현재가 아니라 2000년 이후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평균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정년퇴직이후의 노후생활기간이 눈에 뛰게 길어진다. 건강관리를 잘만하면 80세이상 장수하는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55∼60세를 전후해서 직장을 그만둔다. 정년퇴직한 노인들이 20여년간을 무소득상태에서 살아야 된다는 얘기다』

 이회장은 『노인문제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 마련없이는 2000년대 선진국진입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며 노인취업의 제도적 장치마련, 노후복지시설의 대폭확충, 노령수당을 비롯한 공적연금제도의 효율적 운영등 정부의 실효성있는 노후정책을 요구한다.

○선진국진입 걸림돌

 서울대 최성재교수(48·사회복지학과)는 『현재 우리나라 국가예산중 노인복지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0.25%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의 3.7%, 서유럽의 12∼15%수준에 비하면 부끄러울만큼 적은 수치다. 전체예산중 노인복지부문의 비중이 최소한 현재보다 10배이상 높은 3∼4%수준은 돼야한다』며 정부의 노인복지정책부재를 꼬집었다.

 한편 안교수는 『21세기 노인문제를 여러가지로 해석해볼 수 있지만 가장 심각한것은 급속히 일고 있는 정보화의 물결에 제대로 적응해 나갈것이냐가 문제다. 현재 40∼50대 중장년층만 하더라도 컴퓨터에 까막눈이나 다를바 없는데, 이들이 노령화될 때를 생각해보면 걱정이 앞선다』며 기존의 노인층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들 예비노인만큼은 정보화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김성호기자】

◎박재간 노인문제연구소장/“경제적 대비못할땐 비참한 노후”

 『21세기 고령화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대로 된 노인복지정책 마련과 함께 현재 40∼50대 중장년층 예비노인들의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노인문제연구소 박재간소장(70)은 『앞으로 핵가족화가 가속되면서 자식들의 부모모시기 의식이 완전히 퇴색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사회적·경제적으로 준비를 못한 노인들은 2000년대에 비참한 노후를 맞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장이 그려보는 2000년대 우리나라 노인들의 생활상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우선 무소득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데다 자식들의 부양의식이 약화돼 빈곤노령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80세이상 고령후기 노인들의 경우 한 두가지 만성적인 질병으로 신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게될 것이라고 한다.

 박소장은 이에 따라 노인층의 상당수가 동년배끼리 의지하며 살 수 있는 새로운 주거형태가 일반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미국 애리조나주의 선시티와 LA근교의 레저월드처럼 멀지않아 노인전용아파트와 노인촌락이 우리나라에도 뿌리를 내린다는 것이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취미·오락을 즐기는 노인그룹이 늘어나고 한 분야에서 대가가 되기도 합니다. 한 예로 정년퇴직후 10∼20년간 수공예품에 매달리다 보면 일류전문가를 무색하게 할만큼 세련된 제품을 만들 수도 있지요. 이렇게 만든 수제품은 백화점등에서 불티나게 팔리게 됩니다』

 박소장은 『젊어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은 것보다 정년퇴직후 이같은 취미활동으로 수입을 올린 것이 더많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웃으면서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성실한 노인들에게 국한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박소장은 또 『2000년대에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실버산업이 황금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세탁·간병·여행등을 도와주는 효도대행센터와 노인식성에 맞는 음식을 제공하는 노인전문식당·노인의상전문점·노인재혼상담소·노인주거산업등이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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