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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권 전의장/인생·정치 역정/화려한 관운… 최장수 총리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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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권 전의장/인생·정치 역정/화려한 관운… 최장수 총리역임

입력
1994.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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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군인맥 태두… 6·25당시 최연소 육참총장도/정인숙사건으로 구설수… 말년에 친자소송 곤욕 18일새벽 하와이에서 유명을 달리한 청사 정일권전국회의장은 최장수국무총리, 국회의장, 최연소육군참모총장, 3군총사령관, 주요국 대사등 화려한 자리를 두루 지낸 처세술의 달인이었다. 박정희전대통령과의 끈질긴 인연속에 항상「2인자」의 자세로 일관한 그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좋은 관운을 누렸다.

 박전대통령과 동갑인 그는 1917년11월21일 함북경원에서 태어나 비참할 정도로 가난한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고인은 생전에『9세때 아버지는 얼어붙은 두만강에서 나를 끌어안고「큰 돈을 벌어 돌아오겠다」며 집을 떠났다.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아버지를 얼마나 불렀는지 모른다』고 부친의 마지막 모습을 회고하곤 했다. 14세때 혼자 집을 떠나 간도로 건너가 혹한속에 양말도 없이 담배와 잡화를 팔며 학창시절을 보냈으나 그는 매우 똑똑한 소년이었다. 만주군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일본육사편입의 특전을 입어 수석졸업 한후  만주고등군사학교과정까지 마쳐 후일 한국군내「만주군인맥」의 태두가 될수있었다.

 태평양전쟁이 발발한 41년 당시 만주군중위로 있던 그는 신경군관학교1학년에 재학중이던 박전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의 경험이 비슷한 두 사람은 선후배지간이지만 쉽게 친해졌고 역시 고인의 후배인 백선엽전참모총장과도 잘 어울렸다. 이때의 만남이 그에게는 인생의 후반부를 결정지은 중요한 계기가 됐다.

 해방직후 소련군에 잡혀 시베리아로 끌려가던 도중 탈출, 서울로 돌아온 그는 미군이 세운 군사영어학교를 졸업한뒤 국군창설과 함께 대위(군번 5번)로 임관하면서부터 출세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49년 육군참모차장을 거쳐 6·25전쟁중에는 서른셋의 나이로 참모총장격인 3군총사령관을 지냈고 예편한뒤에도 59년 주프랑스대사,60년 주미대사를 역임했다. 61년 박전대통령이 5·16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자 그는 곧바로 권력의 상층권에 진입하게 된다.

 한일협정비준파동이 지나고 박정권이 어느정도 안정기에 들어선 64년 고인은 국무총리에 지명돼 71년까지 무려 6년7개월동안 재임, 최장수국무총리의 기록을 세웠다. 곧이어 유신이 선포되면서 유신헌법에 의해 새로 구성된 국회의 수장을 맡아 역시 6년을 보낸다. 10년이상 권력과 명예를 누리면서도 그는 박전대통령의 충실한 심복역할을 다해「얼굴마담」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신군부가 집권한 5공화국때는 특유의 처신으로 숙정의 한파를 모면했고 85년에는 국정자문위원,88년 자유수호구국총연합회장,89년 자유총연맹총재를 맡는등 끊임없이 집권층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나 권력의 양지편에만 서있던 그도 3공시절 최대 스캔들인 정인숙여인사건으로 오랫동안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곤욕을 겪어야만 했다. 특히 지난 91년에는 정여인의 아들 정성일 씨가 친자소송을 제기하고나서 말년의 그를 괴롭혔고 급기야 하와이로 피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91년 지병인 임파선암이 악화되자 91년4월 마지막 공직인 자유총연맹총재직에서 물러나 워싱턴과 하와이에 머무르며 계속 치료를 받아왔다.

 고인은 국회의장이던 지난 77년 29세 연하의 바이올리니스트인 박혜수씨(47)와 재혼,세간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었으며 사별한 전부인과의 사이에는 출가한 두 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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