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능력시험과 대입본고사 덕분에 원리와 이해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에 관심이 높아졌다. 그래서「월리를 찾아라」에 이어「원리를 찾아라」가 한참 유행어가 될 모양이다. 이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발전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너무 쓸데없는 것들만 잔뜩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원리를 잘 몰라도 무조건 외우기만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으니 골치 썩여가며 따질 필요가 없었다. 모든 것은 완전히 맞거나 전혀 틀린 것으로 명확하게 답이 나누어지니 두가지 가능성을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이런 교육에 익숙해져있었으니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보고 당황했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새로운 문제유형은 전체 문맥을 이해한 상태에서야 답을 낼 수 있다. 따라서 교과서를 달달 외워서는 결코 올바른 답을 추론해낼 수 없다. 이런 문제를 잘 풀기 위해서는 글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니까 이제 교과서는 답이 들어 있어서 외우면 되는 정답표가 아니라 원리를 훈련시키는 연습문제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작은 변화는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개별적 지식이 아니라 사물의 질서와 법칙, 그리고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하는데 중점을 두게되면 비슷한 과목을 통폐합시켜 서너개의 과목만 배우면 되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게 많은 과목을 배울 필요가 어디있는가. 시험보고 나면 곧 잊어버리는 지식을 외우도록 강요하지 말고 기본원리만 깨치게 하면 되지 않겠는가. 여기에 개인의 성향에 따라 몇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면 지금처럼 열 몇 과목을 달달 외우느라 온 청춘을 다 날려버리는 바보같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과목수가 적으니 자연히 수업시간도 짧아질터이고 남은 시간에는 취미활동과 폭넓은 독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창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청소년들을 이제 더 이상 공부라는 족쇄로 채우지 말자. 그들도 인간적인 삶을 살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염두해두고 교육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찌들지 않고 주눅들지 않은 청소년이 많은 나라, 그것이 우리 모두가 진정 바라는 꿈이지 않은가.<김용민·연세대 독문과 교수>김용민·연세대 독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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