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노총설립 기미/장바구니물가 앙등/「고통분담」 선도하락/금년경제성패에 당사활/춘투 악화땐 모두 허사/노동절 부활 등 방안 근본책못돼 고심 민자당의 정세분석위(위원장 서수종의원)는 최근 당지도부에「금년 노사전망―적색경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17일의 확대당직자회의에서는 서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작년과는 달리 금년의 춘투기간은 고통스러울지 모른다』고 보고했다.
공식적인 보고외에도 상당수 의원들이 우려섞인 표현으로 노사문제를 전망하고있다. 노동계출신인 최상롱의원은 『지금 당정이 모두 물에 매달려 있지만 두세달뒤에는 노사분규와 쟁의의 수렁에서 헤맬지도 모른다』며 『소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 노사문제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은 이유는 「94년의 정치적 의미」 때문이다. 민자당은 전당대회를 연기해 가면서까지 국가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춘투의 악화는 일거에 이같은 노력을 「공념불」로 만들 우려가 있다는 얘기이다. 사실 봄정국이 대규모 노동분쟁에 휘말린다면 경제회복노력은 시작부터 시련을 맞게된다고 볼 수 있다. 금년 경제의 성패는 내년의 지자제선거, 96년의 총선 그리고 나아가서는 정권재창출여부와 직결돼 있어 노사문제를 보는 민자당의 시선이 예사로울 수는 없다.
민자당이 노사악화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는 근거는 몇가지 있다. 우선 상황의 변화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문민정부출범이라는 큰 흐름이 있어 고통분담의 논리가 사회전반에 먹혀들어갔다. 재산공개 사정등 일련의 개혁바람이 「내몫 찾기」의 주장을 잠재운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은 더 이상 정치논리로 경제나 집단의 이익분출을 덮어버릴수 없게 됐다. 지난14일 민자당과 한국노총과의 신년간담회에서 노총측이 『고통분담은 알고보니 노동자의 고통전담이더라』고 말한 것도 상황변화의 한 예증이라 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민자당은 물가불안을 악재의 1순위로 꼽고 있다. 지난해 물가가 이미 6% 가까이 오른데다 연초부터 장바구니물가가 앙등하고있어 임금억제논리가 설득력을 갖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적 여건변화와 경제적 이유보다 민자당이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노동계의 지각변동 가능성이다. 즉 기존의 노총과는 다른 제2의 노총이 설립돼 선명성경쟁을 벌이게될 경우를 가장 걱정하고있는 것이다. 이달말 맘모스급 조선노조협의회가 결성되고 이 노조가 전로대(전국노동자대표자회의)등과 연합, 새로운 노총을 출범시킬 기미를 보이고 있다. 만약 제2의 노총이 출범한다면 이 단체는 성향상 강성 기조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여파로 현노총도 반사행동식의 강성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게 민자당의 판단이다.
따라서 당내에는 노사갈등이 가능성차원에 있을 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근로자복지증진 근로자주택지원 기업의 부당노동행위제재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노동절(메이 데이)을 노동계의 요구대로 5월1일로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대안들도 4∼5월의 불확실성을 명쾌하게 해주지 못하고있는것도 사실이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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