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흑인폭동/93년 대형산불/94년 최악지진/도로·주택 등 피해 최소10억불/회복경기에 찬물…미 전체 “주름” 17일 새벽(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일원을 강타한 지진은 92년의 흑인폭동, 93년의 대화재등이 겹쳐 계속된 불황의 늪에서 이제 겨우 벗어나는가 싶던 남부캘리포니아 주민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는 또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17일 밤까지도 대략적인 피해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LA일원 주택가 곳곳이 파괴되고 도로가 붕괴되는등 겉으로 드러나 있는 피해만도 엄청나다.
직·간접 피해규모를 따지면 지난해 5억달러 이상의 피해를 냈던 남부캘리포니아 대화재를 훨씬 웃돌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앙은 지난해 산불과 달리 인구밀집지역을 덮쳐 광범위한 LA지역 주민 대부분이 어떤 형태로든 피해를 입었으며 이때문에 피해액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억달러는 넘으리라는것이 잠정 추계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겉에 나타난 재산피해보다도 정신적·심리적 피해가 훨씬 심각할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LA지역을 중심으로한 남부캘리포니아지역은 미국전체의 장기 경기침체에다가 주요산업인 군수·우주항공산업의 위축등 악재가 겹쳐 여타지역보다도 더욱 심한 경제난을 겪어왔다. 게다가 92년 흑인폭동, 지난해의 대화재등 인재·천재가 잇따라 최악의 상황이었다.
캘리포니아지역경제가 미국 전체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는다. 따라서 이지역 경제가 멍들면 미국의 경제전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클린턴대통령도 이지역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인식, 「캘리포니아경제의 재건」은 경제정책의 최우선과제중 하나임을 공공연히 천명할 정도이다.
그러나 비관적 분위기속에서도 지난해 하반기이후 각종 경제지표에서 이지역 경제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것으로 나타나 주민들은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었다.
지난해말 LA와 인근 버뱅크지역의 상업용부동산매매가 눈에 뛰게 활발해지기 시작했고 이 지역의 파산율도 10년내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LA지역 주요산업들인 관광·무역업도 최근의 컨벤션센터건립, 관광수요의 세계적 증가, 월드컵대회유치등 요인으로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경기전망이 차차 밝아지기 시작했었다.
LA카운티의 경제전문가 잭 카이저 카운티경제개발공사 수석연구원은 『LA지역경제가 올 상반기부터 완전 회복세로 돌아설것』이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심각한 폭동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한인상가도 93년 11월말 추수감사절연휴이후 예상밖으로 매상이 증가해 오랜만에 활기를 찾아가는 분위기였다. 코리아타운경기의 주요변수인 본국방문객수도 연말부터 급증했다.
그러나 이번 지진은 이같은 상승분위기를 급랭시켜 버릴것같다.
칼스테이트LA대 경영학과의 오문성교수(56)는 『이번 지진이 경제에 끼칠 악영향은 상당히 심각할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서부지역의 동맥인 5번·10번고속도로를 비롯, 곳곳의 수송망이 붕괴됨으로써 완전복구될 때까지1년이상 각종 산업이 타격을 입을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박사는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인상인이나 소비자들의 심리적 위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코리아타운의 세본가구 이갑수사장(58)도 『실제 재산상피해보다도 코리아타운 전체의 비즈니스 심리가 크게 위축돼 당분간 경기활성화를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더욱이 흑인폭동이후 어렵게 재기했거나 미처 재기하지 못한 폭동피해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또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이제 LA에서는 더이상 무엇을 기대할수가 없다』면서 완전히 실의에 빠져있다.
연3년에 걸친 대재앙에 지친 많은 교민들은 이제 LA의 경기회복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심각하게 「탈출」을 고려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이준희특파원】
◎“대형지진 재발가능성 희박/남가주일원 지각활동 정상”/미 전문가들 주장
미로스앤젤레스 일원을 엄습한 강진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또다시 대형지진(Big one)이 잇따르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으나 지진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그같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다이앤 파인스타인상원의원(민주)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뿐 아니라 많은 지역주민들이 대형지진이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파인스타인의원은 『내 경험으로도 지난 10∼15년간 지진은 갈수록 더 많아지는것 같다』며 『앞으로 더 큰 지진이 올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캘리포니아 일원의 지각활동은 정상적인 편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지진 발생횟수가 많다고 느끼는것은 종전에는 감지되지 않던 경미한 지진도 요즘은 관측장비가 발달돼 쉽게 포착되기 때문이라는것이다.
미국립 지진연구센터의 지구물리학자 러스 니덤씨는 이번 LA지진은 횟수와 강도면에서 특별한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강도면에서 통상 리히터지진계로 진도 6.0만 넘으면 강력한것으로 간주하지만 실은 7.0 이상일 경우 강진, 8.0이상이라야 대지진으로 분류된다는것이다.
니덤씨는 지진빈도에 대해서도『요즘도 진도 6,7,8도의 지진이 과거보다 자주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8도이상은 전세계에서 연평균 1차례 정도,7도이상은 연 18차례 정도 발생하며 지난해의 경우 11차례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캘리포니아의 진도 6∼6.9정도의 지진은 지진의 강도나 발생빈도등의 통계에 비춰 볼때 뜻밖의 일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가장 최근의 강진은 71년 진도 6.4를 기록한 경우였다.
컬럼비아대 지구관측소의 지진학자 아트 러너 람씨는 지진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일어나는 경우보다는 한번 터지면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주장이 신빙성이 높다며 주민들의 불안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뉴욕=연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