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개혁파퇴조 온건파 중용될듯 보리스 옐친대통령이 17일 급진개혁파의 기수인 예고르 가이다르 제1부총리의 사임을 수락함으로써 러시아의 경제개혁노선이 상당히 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급진개혁파의 기수 예고르 가이다르제1부총리는 지난16일 새 내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옐친의 내각개편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했다.
그의 신내각불참방침은 무엇보다 빅토르 체르노미르딘총리와의 불편한 관계에서 비롯됐다.
체르노미르딘총리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더 이상 충격요법식 개혁정책은 추진하지 않을 것이며 사회안정적 정책으로 전환할것」을 공언한 바 있다.
가이다르는 러시아경제를 개혁키 위해서는 강력한 긴축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 양측의 의견이 상충된다.
즉 가이다르는 총리시절 통화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국영기업등에 대한 보조금지급철폐, 과감한 사유화정책, 인플레의 억제등을 추진해왔으나 체르노미르딘은 지난 12·12총선에서 개혁파의 패배를 볼때 국민들이 이 정책에 반대하고 있음이 증명됐다고 반박했다.
체르노미르딘은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지급확대, 군수산업의 민영화중단등을 통해 생산을 증진시키고 실업률을 낮추면서 사회보장정책을 강화하는등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 현단계로서는 최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반목과 대립에 따라 내각의 중요 포스트인 경제각료 자리를 놓고 체르노미르딘은 자신을 지지하거나 평소 친분관계가 있는 인물들을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총리로는 자베류하와 야로프등이 입각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은 모두 보수적인 인물들이다.
가이다르는 이들과는 결코 함께 일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또 루블화의 가치폭락, 생산감소, 실업률증가등 최근 경제사정이 계속 악화되는 상황에서 제1부총리직을 맡을 경우 전적으로 책임이 자신에게 올 것이란 점도 염두에 두고 있는듯하다.
가이다르가 입각을 거부함으로써 러시아개혁정책의 기조는 급진개혁에서 사회안정을 지향하는 온건개혁쪽으로 선회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리스 옐친대통령으로서는 가장 신임하는 인물인 가이다르가 새 내각참여를 거부하는것이 일단은 타격이다.
옐친은 지난번 클린턴미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개혁의 가속화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옐친이 과연 가이다르를 필요로 하고 있는지 현단계로서는 의문이다. 가이다르가 이끄는 러시아의 선택은 옐친에게 지난 12·12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했으나 오히려 지리노프스키등 극우 민족주의세력과 공산당등에 패배했기 때문이다.
크렘린의 보좌진도 과거와는 달리 가이다르측인물의 영향력이 상당히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급진개혁파의 신정부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서방각국의 대러시아지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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