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지역구 상실”/해당의원들 귀추 촉각/“민감한 사안” 여권도 조심스런 접근 행정구역개편문제가 서서히 공론화되면서 정치권이 다른 차원에서 바짝 긴장하고있다. 행정구역개편은 바로 정치권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선거구문제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자칫 잘못되면 일부 의원들이 선거구를 잃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이다. 따라서 자신의 선거구가 개편논의의 대상인 의원들은 물론 각 정당들도 이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현재 정치권의 관심을 끌고 있는 행정구역개편논의는 인접 시·군의 통합문제. 서울시 분할론등도 잠깐 거론됐지만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시·군통합문제는 현실적인 필요를 바탕으로 끈질기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른바「도농통합형」 행정구역개편론이다.
생활권이 같은 시·군이 분리되어 있음으로써 주민들이 겪는 불편이나 행정낭비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 지역을 하나의 행정권으로 통합하자는 주장은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있다. 일부 의원들은 실질적인 문제점과 그간 지방의회 운영경험등을 들어가며 시·군통합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것도 내년 단체장선거가 실시되기 전에 이 문제를 마무리지어야한다는 것이다.
통합대상으로 거론되는 곳은 현재 30여개지역. 이중 밀양 김해 김제 정주등 대표적인 통합대상지역은 다행히 국회의원선거구가 시·군 전체를 포괄하고 있어 국회의원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제천 경주 안동 천안등 시와 군에 국회의원이 따로 있는 지역은 통합시 인접의원간에 연고권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선거구가 분리된 이들 시·군지역중 일부는 비교적 규모가 크고 독자적인 생활권을 유지하고 있어 통합대상에 아예 포함되지 않은 곳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의 의원들은 개편논의가 진행중인 요즘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개편논의가 확대돼 행정구역에 대한 대규모 개편이 이뤄질 경우 선거구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선거구내의 일부 지역이라도 개편될 경우 선거전략을 다시 세워야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시·군의 선거구가 분리된 경북지역의 한 의원은『시·군 통합이 이뤄지더라도 우리 지역은 괜찮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논의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듯한 눈치가 역력하다.
인구가 줄어들어 인근 군산과의 통합문제가 거론되고있는 옥구 출신의 강철선의원(민주)은『행정구역 개편문제가 선거법을 고치지 않고 선거구를 조정하는데 활용돼서는 안된다』며 강력한 반대를 표시했다. 강의원은 『그렇지 않아도 우루과이라운드협상등으로 농업이 위축되고 있는데 농촌선거구를 줄이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행정구역을 개편할 경우 선거구문제도 함께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은 행정구역개편문제가 이처럼 복잡한 변수를 안고있는 민감한 사안이라 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런 접근을 하고있다.
민자당의 문정수사무총장은 17일『야당이나 언론등을 통해 국민공감대가 형성되면 검토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주도적으로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백남치제2정조실장도『행정구역 개편문제에는 실무적으로 고려해야할 변수들이 많다』면서 『선거구조정문제도 그중 하나』라고 말해 행정구역이 개편되더라도 선거구에 대한 별도의 정치적 협상이 있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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