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타계한 성철스님은 평소 수도에 정진 않는 스님들을 「밥도둑」 「시주도둑」이라고 질타했다고 한다. 수도나 득도를 위해 시주와 공양도 있는 것인데, 그걸 잊으면 도둑이 될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기야 우리 속담에도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는 따끔한 경구도 있다. ◆이런 「밥도둑」과 다름없는 표현의 일상어로 소위 「밥그릇싸움」이라는 것도 있어 왔다. 지난해 한약조제권을 둘러싼 공방이 지나쳐 국민의 건강권을 볼모로 휴업·휴학마저 불사했던 한의―약사간 다툼을 일반국민들이 빗대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곰곰 따져보면 「밥그릇싸움」이란 「밥도둑」과는 비할바가 아니다.◆왜냐하면 두가지 경우 모두 할바를 않는 점에선 같다지만, 밥그릇싸움은 한술 더 떠서 또다른 싸움판을 벌여 세상을 소연케하고 남의 일마저 훼방놓는 속성마저 지녔기 때문이다. 그런 「밥그릇싸움」이 세상을 뒤흔드는 흉사때마다 약방의 감초격으로 꼭 끼여드니 고약스럽기 이를 데가 없다.◆요사이 전국에 「식수공황」마저 빚고있는 상수원오염사건에서도 또 그런 고질이 생겨났다는게 아닌가. 애당초 물관리가 제대로 안되어 온 것부터가 현실과 동떨어진 권한쪼개기 탓이 컸었음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건설부는 수자원의 수급관리나 홍수조절이 수질에 앞서는 제일의 관심사였고, 환경처는 수질지키기 권한을 맡고도 사실상 손발이 없어 포기상태였다.◆그런가하면 전국 시·도를 망라한 내무부는 수질보다는 세수증대목표가 앞섰었고 보사부는 「생수권한」을 움켜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결과로 식수공황을 빚은 것도 모자라 총리의 사과와 개선대책이 발표된 직후부터 권한타령이 왜 또 나오는지 모르겠다. 건설부와 환경처간의 「수량따로, 수질따로」의 이원화대책에 따른 권한과 실효성공방이 그것이다. 말로는 『이번만은 다르다』면서 재탕기미의 대책에다 밥그릇싸움마저 끼여들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제발 정신을 차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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