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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옥진/학이되어 무대에 선다/1인 창무극 「학녀의 한의 춤」대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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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옥진/학이되어 무대에 선다/1인 창무극 「학녀의 한의 춤」대공연

입력
1994.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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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세종문화회관서 펼쳐/핏줄 뽑아 보은의 베를 짜는 “한의 미학” 「학이 한마리 살았다. 이 학이 덫에 걸려 죽을 시간만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바보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학은 여인으로 현신해 바보의 아낙이 됐고 그를 위해 보은의 베를 짜는데 베틀에 걸린것은 다름아닌 학녀의 핏줄이다」. 26일 하오7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공옥진씨(61)가 펼치는 창무극 「학녀의 한의 춤」은 한과 설움으로 뒤엉켜진 공씨의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소리와 몸짓이다. 50여년전 동네 할배에게 들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이야기로 핏줄을 뽑아 예술인생을 엮어가는 참 예인의 한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공씨가 전남 영광 개펄에서 조개파던 호미를 잠시 쉬고 정초부터 큰 무대를 만드는 이유는 『국악의 해도 됐고 했으니 예술하는 사람들이 학처럼 맑고 깨끗하게 살았으면』하는것이다. 또 사람들이 구경을 많이 와 돈이 좀 남게 되면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새해선물이라도 해준다는 고운 뜻도 있다.

 소리꾼이었던 아버지의 징용을 막기 위해 무용가 최승희에게 5백원에 팔려가면서 내처진 인생을 살았던 그는 밑바닥을 훑으면서 보아온 모든것을 몸과 심장에 기록하면서 「병신춤」과 「창무극」이라는 독특한 예술장르를 개척했다. 그가 자신의 기구한 속내를 표현하는 「흑산도의 썩은 홍어 창자속」과 마찬가지로 곰삭은 춤사위를 간직한채 고향에 묻혀 지내던 그는 나이 50을 바라보던 78년 공간사랑무대에 서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곧 바로 충격적인 감동을 주는 예인의 반열에 올랐다. 10여년간 세계 각지를 돌며 한국전통예술의 차원높은 한의 정서를 전파하는데 큰 몫을 했고 소록도 나환자들의 위문공연을 비롯해 사회의 아픈 부분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15년간을 언제나 구름같은 구경꾼들 속에 병신춤과 창무극을 보이며 삶을 웃기기도 울리기도 했던 그는 그러나 『촌년이 출세했다고 하는디 그게 그거여』라는 자신의 말처럼 돈도 모으지 못했고 농투성이 티를 벗지도 못했다. 불쌍한 처지를 보면 눈물부터 쏟아내는 성격에 돈이 붙어날 재간이 없고 밭갈아 배추씨 뿌리고 땅콩 거두고 개펄에 나가 조개잡는게 좋으니 닳아빠진 손톱을 다듬을 날이 없다. 어렵사리 통장에 남은 1천만원 정도의 전 재산도 조만간 돈없어 공부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이번 공연에서 공씨는 「학녀의 한의 춤」 외에도 창무극 「심청전」과 「살풀이 춤」등을 선보인다. 국립창극단원인 은희진과 양길순무용단, 중요무형문화재 27호 「승무」이수자인 채향신등이 찬조로 출연해 구색을 맞춘다. 예인들의 무대라면 빠지지 않고 찾는 우리문화연구가 심우성씨가 작품에 대한 해설을 담당한다. 문의 712―7318(동국예술기획)【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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