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4.01.17 00:00
0 0

 새해들어 국제화원년, 제2의 개국하는 말이 크게 유행되고 있다. 무한경쟁을 이겨내느냐 뒤처지느냐가 판가름나는 갑술년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한 말이다. 선거공약이 신한국창조인데다가 군부통치 32년을 청산하는 상징도 곁들여져 문민정부출범이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낱말이 신…, …원년, 제2…다. ◆호소카와(세천호희) 일본총리가 다녀가니 신한일시대, 김영삼대통령이 미국을 다녀오니 신한미시대라는등 거의 모든 낱말에 신이라는 관사가 붙여졌고 출범 10개월만에 총리와 부총리를 동시에 경질한 개각은 제2의 조각으로 설명되었다. ○○원년, ××원년등 원년은 어찌 그리 많은지…. 신, 제2, 원년은 문민정부가 체제홍보에 즐겨 쓰는 포장재라고나 할까. ◆그러고 보면 국제화원년과 제2의 개국도 예쁘장한 포장재에 정성스레 싸인 상품인데 귀에 솔깃하게 들려 포장재로 애용되는 신, 원년, 제2의 낱말에는 미래지향적인 상징성보다는 과거부정과 청산의지가 한층 강하게 담겨 있다. 궤도수정정도의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라 환골탈태의 적극적인 의미가 담겨 있어 쓰기가 조심스러운 낱말들이다. ◆담고 있는 의미로 보아 쓰기가 조심스러운데도 그럴싸하게 들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마구 써온것이 이 낱말들인데 강도가 지나친 낱말들을 거침없이 쓰면서도 정작 내용면에서는 알맹이가 없거나 농두사미로 굴절되고말아 과대포장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인사는 만사라던 요직인선등이 그러했다. ◆우루과이라운드타결이후 밀어 닥친 무한경쟁시대에 살아 남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변화하여야함은 당연한 논리이지만 알맹이도 없이 과거를 전면 부정하는 원년의식으로 밀어붙여서는 곤란하다. 그보다도 연간 국제교역량이 1천6백억달러를 넘어선 실적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여야만 알찬 실효를 거둘 수 있을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