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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자」 넘어서 「살아날때 까지」/강상현(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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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자」 넘어서 「살아날때 까지」/강상현(나의 지면평)

입력
1994.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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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경제 등 문제발생때만 “냄비보도”/근본 해결때까지 끈질긴 관심 가져야 요즘 우리사회에는 죽어가고 있는 것이 꽤 많은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살리자」라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경제를 살리자」 「중소기업을 살리자」 「농촌을 살리자」등이 그 예이고 최근에는 「자연을 살리자」는 소리 역시 더욱 강도높게 제기되고 있다. 

 새해들어서도 이렇듯 「살리자」는 각종 구호들은 여전히 유효한 채로 남아 있다. 별로 나아지거나 해결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1차적으로 정책당국에 책임이 있음은 두 말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소생책을 강구하지 못한채 대증요법적 미봉책만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의 처신도 매한가지다. 

 문제가 생기면 「사과」 「책임추궁」 「대책강구」로 야단법석을 떨다가 사회적 관심이 딴데로 쏠리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동안의 행정관행이었듯이 언론도 냄비가 끓듯이 떼거리로 어떤 문제를 다루다가도 화제가 바뀌면 다시 전혀 새로운 이야기에 집착해버림으로써 지속적인 감시자의 역할을 방기해온 것이 우리 언론의 오래된 속성의 하나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최근 다시 낙동강 오염문제가 연일 크게 보도되고 있는데서 우리 언론의 그러한 한계를 여실히 읽어볼 수 있었다. 이미 91년에 터진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이 세상을 발칵 되집어놓다시피 했었고 당시 한국일보를 비롯한 모든 언론이 수질오염등 환경파괴에 대해 신랄한 문제제기와 비판을 가했다. 또 자연환경 및 식수원보호를 위한 대책주문으로 들끓었었다. 그러나 나는 이후 한국일보가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충실히 감시자의 역할을 하는 모습을 기사로 보지 못했다. 물론 다른 신문이나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낙동강은 그후 계속 썩어갔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잊혀져 갔다. 다시 소동이 나서야 언론은 마치 갑자기 터진 사건을 다루듯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일보 역시 기존의 상수도행정체계의 문제점을 열거해 「맑은 물 근본을 고치라」고 질타하는가 하면 「금호강은 거대한 하구수였다」며 현지르포를 통해 낙동강 수계에 대한 통탄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하천오염의 심각성과 식수원보호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그에 대한 환경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인식한 언론이라면 페놀사건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오염실태를 파악하고 정부의 약속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보도자세가 뒤따라야 했을 것이다. 문제가 터져서야 대책강구 운운하는 땜질식 행정이나,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목소리를 높이는 냄비식 언론보도가 구조적인 문제의 본질적 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한가지라고 할 것이다. 즉 사회문제에 대한 우리 언론의 보도한계는 구조적인 「사태」를 일과적인 「사건」으로 보려는데 있다고 할 것이다. 

 언론이 중요한 사회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자가 되지 않는 한 제3, 제4의 식수오염사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죽어가는 우리의 하천을 집중취재하는 고발성보도가 의미를 갖고 「강을 살리자」는 언론의 계도성 보도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해결능력까지 갖는 책임보도관행의 정립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살리자」고만 외칠 것이 아니라 「살리게까지」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해달라는 것이 한국일보에 대한 필자의 요청이자 전체 언론에 대한 당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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