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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포럼 성패 열린 마음에/다카하마 다토우(월요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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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포럼 성패 열린 마음에/다카하마 다토우(월요논단)

입력
1994.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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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매신문조사연구부 주임연구원·한일포럼일본측 대표 일본 외무차관과 주미대사를 지냈던 고우시바 나부히코씨는 일본외교에 크게 공헌했던 사람이다. 그는 『일본인들이 국제화되기를 원한다면 좀 더 분명한 의사표시를 해야한다. 유교적 전통을 지닌 일본인의 의사표현은 같은 유교권인 한국인이나 중국인들만이 이해할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마음과 마음으로만 통하는 일본식 의사소통법은 문화적 배경이 완전히 다른 외국인과 협상할 때 통하지 않는다. 때문에 일본인들은 좀 더 솔직하고 명확하게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다른나라에 사과해야 할 게 있다면 솔직하고 간명한 언어로 사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아시아 각국과의 관계증진은 일본이 아시아인들에게도 솔직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가능했다.

 그 적절한 예는 호소카와(세천호희)총리가 행한 일련의 솔직한 발언이다. 그는 지난해 8월 총리에 취임한 후 『태평양전쟁은 침략전쟁』이라고 말했고 11월 한국방문시에는 일본의 한반도식민통치에 대해 사과의 뜻을 솔직하게 표했다.

 호소카와총리의 방한전 일본외무성관리들은 전임총리들의 사과발언 수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유감표명 연설문을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호소카와총리는 이를 거부하고 보다 강한 어조의 사과표현을 직접 작성했다. 그는 김영삼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일본의 비행」 「사과」와 같은 직설적인 용어를 사용해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 한국의 매스컴도 이를 환영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호소카와총리는 일본국회에서의 소신표명 연설에서도 일본의 과거 침략행위에 대해 인접국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그 직후 김대통령은 변화된 대일정책을 천명했다. 즉 한국정부는 2차대전당시 일본군의 위안부로 끌려갔던 한국인 정신대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양국정상은 경주정상회담에서 과거를 청산하고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이같이 한일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경주정상회담의 가장 큰 결실은 양국정상이 한일포럼을 구성하기로 합의한 점이다. 이 회담의 주요목표는 민간차원에서 양국관계 증진을 위한 구체적인 방식들은 논의하는 것이다. 이 포럼은 20여년전에 미일전문가들로 구성돼 양국간의 관계증진에 크게 기여했던 「시모다회의」를 본뜬 것이다. 필자도 12월초 서울에서 열린 제1차 한일포럼회의에 일본대표로 참석했다.

 국회의원, 경제학자, 저널리스트등으로 구성된 양측대표들(일본측 23명, 한국측 33명)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양국간 문제들을 진지하게 토론했다.

 이번 포럼에서 일본문제에 정통한 한국인들과 지한파인 일본인들도 참석했지만 대부분은 구미나 자국내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이는 한일 양국관계에 직접적인 관련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의견을 교환할 기회를 가졌음을 의미했다.

 이 포럼에서 우리는 정직성과 건설적인 상호접근이라는 두가지 기본적인 태도로 기탄없이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한 한국인 학자는 일본이 아시아지역에서 패권을 꿈꾸면서 정치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한국기자는 일본이 쌀시장문제에 관해 한국과 연대하는 척하다가 독자적인 행동을 취했다며 일본의 부정직함을 지적했다. 또 일본은 핵무기개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면서도 막대한 양의 플루토늄을 도입하는 모순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일본측 참석자는 일본은 평화헌법을 가지고 있으며 정치 경제적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핵무기개발은 불가능하다고 한국측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일본측 참석자는 『한국은 일본에 기술이전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런 기술과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자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일본인과 한국인들이 3일간의 모임을 통해 어느 정도 상호이해에 도달했는지는 불확실하다. 한 차례의 토론에 높은 기대를 거는 것도 현명한 태도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이 포럼이 서로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누그러뜨리는데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들은 또한 과거의 불행한 역사에 얽매인 두나라 국민들 사이에 감정의 골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한일포럼의 역할은 민간차원에서도 양국간의 교류가 보다 광범위하고 깊어짐에 따라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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