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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킬링필드」/김수종 뉴욕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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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킬링필드」/김수종 뉴욕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4.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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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연초가 되면 미국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통계가 나온다. 뉴욕시의 살인사건 희생자 숫자이다. 93년 한해동안 뉴욕시에서는 살인사건으로 1천9백60명이 사망한것으로 집계됐다. 뉴욕의 주요신문들은 92년의 희생자 1천9백95명보다 줄어들었다고 보도했지만 최근 10여년간의 통계를 보면 긍정적 변화로 볼 수는 없다.

 뉴욕시의 인구는 7백30만명으로 서울인구보다도 훨씬 적다. 그런데 하루 평균 5, 6명이 살인사건으로 죽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한건의 살인사건마다 하나의 점으로 표시해서 만든 「93년 범죄지도」를 보면 뉴욕은 마치 「킬링필드」라는 생각이 든다.

 인권과 개인의 존엄성을 지고한 가치로 받들고 있는 미국에서 살인폭력의 폭증은 가장 두드러진 미국의 모순이다. 뉴욕의 살인희생자의 75%가 총기에 의한것이다. 통근열차안에서 사회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승객에 총을 난사하는가 하면 고등학생들이 학교안에서 총격전을 벌인다. 마약거래자끼리 벌이는 총격에 애매한 행인이 죽는다. 미국시민들은 약 2억정의 총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총기업자의 로비때문에 총의 소유를 규제하지 못한다. 총을 구하는것은 자동차운전면허증 따는것만큼 쉽다.

 미국전체서 살인사건으로 죽는 사람이 한해에 2만2천명이 넘는다. 3년간의 한국전에서 전사한 미군이 3만3천명, 9년간의 월남전에서 전사한 미군이 4만7천명인것을 감안하면 미국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의 심각성을 알수 있다. 이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이 범죄를 피하여 안전한 곳으로 몰린다. 그러다보니 뉴욕의 할렘같은 치안부재의 빈민가가 수없이 생겨나고 있다.

 미국은 장점이 많은 나라이지만 거리의 치안유지에서는 실패한것 같다. 부자들은 성채같은 안전지대에서 살고 가난한 시민들은 언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킬링필드에서 살아야하는 뉴욕에서 우리는 미국의 어두운 그림자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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