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현장방문… 「보고용」대책들에 아연/조목조목 따지며 특유의 업무추진력 발휘 낙동강수질오염사건에서 이회창국무총리는 진상파악에서 대책마련 국민사과를 통한 민심수습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이총리는 수질오염문제로 온나라가 들끓던 지난 한주 동안 집무실과 청와대 낙동강의 오염현장을 말그대로 숨가쁘게 오가며 물대책마련에 골몰했다.
이총리에게는 이번 사건은 우선 행정부의 해묵은 적당주의를 뼈저리게 체감하는 기회였다. 이와함께 발암물질까지 검출된 마당에 『갈수기현상』운운하며 고비만 넘기고 보자는 행정부의 적당주의에 맞서 특유의 업무추진력을 보여준 계기이기도 했다.
낙동강식수에 악취가 난다는 첫보도가 난것은 지난 9일. 이총리는 이튿날 출근하자마자 정확한 원인파악을 지시했다. 환경처와 현지의 보고는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상류의 댐물을 방류중이어서 곧 해결될것』이란 내용이었다. 총리까지 나서서 신경쓸 사안은 아니라는 식이었다.
이같은 보고에 이총리가 화가 난것은 당연한 일. 이총리는 11일 두번째 같은 지시를 하며 이번에는 내무·건설·환경·보사부에 정식지시문을 보냈다. 『낙동강뿐만 아니라 한강등 주요 식수원 전체에 대한 수질정화 종합방안을 보고하라』는 것이었다.지시만으론 아무래도 미흡했던지 이총리는 12일에는 평소보다 30분빠른 상오7시50분께 출근,헬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예정에 없던 현장순시라 미처 헬기가 준비되지 않았고 기상조건도 좋지 않았다. 결국 국방부장관실에 헬기준비를 직접 지시,상오 10시에 낙동강현장으로 날아갔다.
이총리는 낙동강 현지방문에서 행정부의 적당주의를 생생하게 체험했다. 이총리는 현지에서 정진성환경처수질정책과장에게 『관계기관대책회의가 마련한 대책중 상시오염감시활동안이 현재 인력으로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답변은 물론 『현재 인력으론 불가능하다』였다. 이총리는 『어떻게 실행하지도 못할것들을 대책으로 내놓았느냐』며 따져나갔다.
판사의 사건심리처럼 다른 대책들도 하나하나씩 실현가능성을 물었던 이총리는 번번이 『현재 인력과 장비 예산으론 어렵다』는 같은 답변을 들어야만 했다. 위기만 모면하려는 적당주의를 체험한 이총리는 이때부터 얼굴이 굳어졌다. 이총리에게 올라온 두툼한 보고서와 대책들은 보고용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총리는 13일 김영삼대통령을 만나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총리의 대통령에 대한 보고가 있은뒤 환경처장관이 낙동강의 원수 및 정수에서 벤젠과 톨루엔등의 발암물질이 발견됐음을 공개했고 연이어 김시형총리실행조실장주재로 관계부처차관회의가 열리는등 정부의 대책마련이 본격화됐다. 사건수습에 이총리가 직접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총리는 이때부터 총리실간부들에게 수질오염외의 다른 업무는 스스로 처리하도록 지시하고 자신은 오직 물문제에만 매달렸다. 14일엔 청와대의 보사부업무보고 배석까지 빠져가며 밤늦게까지 관계장관회의를 여는등 물대책마련에 몰두했다.
이과정에서 대통령에게 사전보고를 통해 업무보고 배석에서 빠지는것을 양해받은 것을 청와대의 주돈식공보수석이 대통령이 업무보고배석에 오지말도록 지시한 것처럼 발표하자 이를 정정하기도 했다. 이총리는 주수석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이흥주비서실장을 청와대에 보냈다
한편 총리취임후 가장 바빴던 지난주 동안에도 정작 총리실엔 물문제를 맡은 3행정조정실 직원외에는 모두 정상퇴근토록 했다. 별로 할 일도 없으면서 눈치가 무서워 퇴근하지 않는 것도 관료주의의 고칠점중 하나라고 보았기 때문이다.【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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