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중심 유머식 표현하기 신경/평범한 말투로는 “시대 뒤진다” 신세대에게 언어는 마치 상품의 포장지와 같다.
반드시 필요한것은 아니지만 있으면 더욱 맵시가 나고 이왕 모양을 낼바에야 화려하고 산뜻한 디자인을 찾는것이 신세대들의 감성이다. 인간을 규정짓는 문화요, 의식까지 지배한다는 언어에 대한 이들의 통념은 기성세대의 그것과는 달리 지극히 선택적이며 따라서 기호품으로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하다.
세상에 대한 곱지않은 눈, 세대간 갈등과 단절을 오히려 신세대만의 독특함과 자기 과시의 기회로 삼는것이 그들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삶의 처세술이다.
『낡은 유리창밖 먼지낀 세상엔 욕심과 고집, 무관심들속에 상처 가득한 마음』(015B의 노래 「먼지낀 세상엔」가사 일부) 『위선과 끝없는 후회속에서 항상 마음 아파하면서도 나 아닌 누굴 위하여 울어본적 없었다』(잉크의 노래 「그래 이젠」가사 일부)
무엇보다 중요한건 「나」. 그래서 상호의사소통을 위함이 아닌 자기를 드러낼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서만 말은 이들에게 효용가치를 얻는다.
『아니 그렇게 심한 말을』을 유행시키며 일약 신세대의 개그스타로 떠오른 이윤석·서경석콤비의 알아듣기 힘든 고차원 궤변개그도 쌍방이 아닌 「독점된 언어」라는 면에서 앞의것과 맥을 같이 한다.
『엥겔계수 25%이하 일부상류층의 탈세행위를 조세법률주의에 의거, 플레밍의 왼손법칙에 적용해보니 그 죄값이 이루는 자기장의 바깥 궤도를 돌던 최외곽 전자들이 핵융합을 일으켜…』(MBC TV 「웃으면 복이와요」의 한대목)
전문학술용어의 무의미한 열거에 불과한 이 말에 설명을 요구하는것은 그들에게는 기성세대의 진부하고 건조한 사고방식을 확인시켜주는데 지나지 않는다.
동문서답, 횡설수설도 언어가 만들어 내는 매력이고 굳이 말의 의미를 따지지 않는다면 자기들의 느낌을 전달하는데 이것만큼 재미있고 효과적인것도 드물다고 믿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시는 의미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가벼운 미소 나누며 합석을 하고 있지, 오렌지 월드 앨리스, 오렌지 월드 앨리스』(푸른하늘의 노래 「오렌지 나라의 앨리스」가사 일부) 『나한테 뭔가 휠이 오드래니까』(SBS TV 드라마 「열정시대」대사 일부)등도 평범한 언어를 거부하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욕구에서 분출된 외래어 선호현상이다.
소리보다는 그림과 영상을 선호하는 이들은 자신들을 영상세대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감각과 자유스러움을 드러내고자 하는 신세대에게 말은 여러 가능한 표현수단중의 하나일뿐이며 그래서 「눈」을 통한 자기표현이 신세대에게는 더 익숙하다. 책보다는 TV에 길들여온 영상세대에게 복잡하고 지리한 「말늘어놓음」은 논리력보다는 구질구질함에 먼저 생각이 미치고 그래서 영상속의 짧고 간결한 말투가 이들의 언어생활을 지배한다.
『순대가 쏠린다』(배고프다) 『난 홀로서기에 익숙해』(난 외로움을 잘 타) 『컨추리스럽다』(촌스럽다) 『대기만성이야』(대기만 하면 성감대)등등이 호흡짧고 간단명료한 영상세대의 표현법을 예시한 말투들이다.
KBS의 「한바탕 웃음으로」 MBC 「도전 추리특급」 「일요일 일요일밤에」 SBS 「웃으면 좋아요」등 방송사의 연예 오락프로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이런 영상언어는 『웬 그리움』 『열받음,알지?』 『허기짐』등의 「몸뚱아리 말투」와 함께 일상의 언어를 희화화한다.
「나」를 표현하고 기성세대와의 변별성을 강조하는 신세대의 특징은 광고문안에서도 찾을수 있다. 『나를 알수 있는건 오직 나』 『나, X세대』 『천만번을 변해도 나는 나, 이유같은건 없다』와 같은 광고카피에서처럼 「우리」가 아닌 「나」로까지 세분화된 사회인식에서 감각과 색깔, 분위기의 표현은 한층 대담하고 자유스러워진다.
『차고문 열렸어요』(바지의 지퍼가 열렸다) 『오늘 일수도장 무사히 찍었다』(성관계를 가졌다) (영화「그여자 그남자」의 대사 일부)와 같은 대담한 성표현, 『야, 언니야 네가 해라』라는 고소영족의 위계질서에 대한 반기(MBC TV「엄마의 바다」)가 당당하고 자기중심적인 신세대의 오늘을 반증하는 증후군들이다.【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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