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상오 9시40분 광화문정부종합청사내 국무총리실 대회의실. 낙동강수질오염과 관련한 이회창국무총리의 기자회견장이다. 예의 홍조띤 얼굴과 달리 이날 이총리의 표정은 침통했다. 대국민사과발언으로 시작된 이총리의 기자회견은 예상했던대로「번갯불에 콩볶아 먹듯」급히 만든 각종 대책의 발표로 이어졌다. 상수원오염단속강화, 정수방법개선, 낙동강등 5대강 수계별 수질관리 전담기구 구성등. 불과 3년전 페놀오염사건으로 온나라가 들끓던 당시에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것과 별로 달라진게 없다.
『진심으로 죄송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마실수 있는 식수를 공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사과와 다짐들도 페놀사건때의 재판이었다.바뀐게 있다면 배석한 관계부처장관과 총리의 면면 이다.
하긴 이총리라고 해서 뾰족한 묘책이 있는건 아니다. 이총리의 말처럼 정작 문제는 정책의 부재가 아니라 전혀 이를 실천하지 못한데 있었다.큰 사건이 터지면 정부는 심야대책회의를 소집하느니 긴급대책회의를 여느니 하고 부산을 떨었고 얼마뒤 비장한 모습으로 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모든것은「상황종료」가 됐다.
이총리도 이날 자신의 발표내용이 전혀 새로운것이 아님을 시인했다. 지금까지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그럴듯한 대책을 내세워 임기응변식으로 위기를 모면한뒤 그뒤론 나몰라라해온 과거행정의 무책임함도 인정했다. 이총리는 이날『물오염방지엔 1왕도가 없다』며 회견내용이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임을 솔직히 인정했다. 이총리는 그대신「분명한 실천」을 약속했다.
이총리는『겉치레행정으로는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만큼 결연한 의지로 대처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이날 회견으로 국민이 얻은것은 정부의 대책이 아니라 이총리의 실천약속이다. 『이회창총리만큼은…』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이날 회견을 지켜본 국민의 안타까움을 이총리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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