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무엇하고 있는가. 언제까지 지켜만 보고 있을것인가…』 작년말 우루과이라운드 파동에 이어 새해들어 물가앙등도 그렇고 특히나 식수오염소동으로 나라 전체가 걱정과 한숨인 가운데 집권당의 무책을 나무라는 소리가 높다.
정치권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특히 여당에 대한 탐탁지 않은 시선 역시 하나도 개선됐다고 볼수없다. 국민들의 탐탁지 않은 여당관은 두말할것도 없이 정부와 함께 국정운영의 1차적책임, 아니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있으면서도 예나 이제나 제구실 제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올바른 역할은 무엇인가. 언제나 국민속에 파고들어가 갖가지 여론을 들어 국정에 반영하거나 정책개발을 통해 립법활동을 하는 한편 정부를 감독하고 채찍질하는것이다. 하지만 력대여당들은 이같은 본분보다 다수당의 세를 내세워 또 하나의 권력집단으로 군림하고 야당의 대정부공세를 차단, 누그러뜨리면서 정부가 하는 일에 무조건 협력하는데 열을 올려왔음은 모두가 아는사실이다.
민자당이 새해들어 지루한 계파간의 파쟁을 일단 접어두고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해 당조직의 일대혁신과 과학적인 당운영, 그리고 정치의 경쟁력강화와 함께 「깨끗한 정치」 「생산적정치」 「생활정치」의 실천을 선언하여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선언은 종래와같은 자세로는 엄청난 변화와 개혁의 시대에서 당이 설자리를 잃게된다는 판단아래 새로운 정치로 진로를 모색하는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민자당이 보인 일련의 태도는 여전한 구태와 눈치보기여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우선 작년말 쌀시장개방파동때처럼 온 국민이 식수오염에 분노하고 개탄하고 있는데도 여당이 관망하면서 정부만 질책하는 태도는 어이가 없다. 소위 정부가 페놀사건이후 국민에게 약속한 깨끗한 물확보에 3년간이나 태만하며 무위로 보낸것도 한심하지만 이를 감독해야할 집권당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사건즉시 영남출신의원들과 정책관계자들을 오염현장과 관계기관에 보내 실태조사와 함께 여론을 들었어야할것 아닌가.
다음 전당대회연기결정을 너무나 간단하게 처리하는 자세다. 전당대회는 민주정당의 최고최대의 의결기관이고 모든 정당활동의 근거가 되는것이어서 대회의 연기는 중대사항인것이다. 대회의 연기는 당헌규정에 의해 가능하다. 과거 일부여당들은 물론 야당(신민당)도 1971년 가을 당내평화를 위해 대회를 연기했던 전례가있다. 문제는 이번 연기는 김영삼대통령이 연두회견서 밝힌대로 경비절감과 당력소모를 막기 위한것인만큼 선거가 없는 올해에 당력을 어디에 집중하겠다는 연기사유와 당헌조항등을 들어 당원과 국민에게 널리 고지, 납득시켰어야 했다.
끝으로 국민을 어리둥절케 한 때아닌 충성론이다. 정당에서 총재를 존경하고 또 충성을 하는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사실 민주정당에서 최대의 충성은 당원들이 총재의 지도노선을 받들어 당의 이념과 기본정책을 실천, 구현하는것이며 그럴 경우 안으로는 당의 화합과 결속을 튼튼하게 할 수 있고 밖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더할 수가 있는것이다. 그럼에도 느닷없이 충성논을 제기하는것은 정당운영의 과학화와 생산적정치에 배치되는것이다. 한마디로 국민정서에 어긋나는것이다. 당지도부를 유임시켜서 충성으로 보답하겠다는것이라면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
이제 민자당이 문민시대의 변화의 중심이 되는 새로운 집권당이 되려면은 말로만이 아니라 실천과 행동으로 새모습을 보여야한다. 진정 「생산적인 정치」 「생활정치」를 실현하려한다면 정책위산하 각분과위와 특별위를 연중가동시켜 정부와 전문가들을 불러 의견을 듣는한편 대표이하 모든 의원과 위원장들이 민생과 산업현장에 나가 고충과 문제점을들어 정책화해야 한다.
민자당은 또 1994년 한해의 당활동계획백서를 상세히 작성, 국민에게 떳떳하게 제시하고 실천한뒤 연말에 국민들이 성과를 측정할수있게 해야 한다. 종전처럼 문제점이 생길 때마다 정부와 국민쪽을 건너다보다 뒤늦게 처방에 나서는식은 지양해야할것이다. 이와함께 여당은 국회소집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한다. 언제든 국회를 열어 당면한 국정문제를 심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능동적인 태도가 요망된다.
민자당은 과연 변할것이며 또 책임있는 집권당으로서의 구실을 할수 있을것인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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