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순방서 자신감… 적극자세/대이 협상 응하면 경제지원 약속할듯 클린턴미국대통령은 16일 하페즈 알 아사드시리아대통령과의 제네바회동에서 이번 유럽순방외교의 마지막 결실을 보려 하고있다. 취임후 첫 유럽방문을 통해 동구권과의 관계강화, 우크라이나의 핵무기폐기협정체결등 굵직한 외교적 성과를 거둔 클린턴은 이제 중동문제의 남은 매듭마저 단숨에 풀겠다는 기세다.
그러나 시리아를 24년동안 이끌어온 아사드대통령은 클린턴에게 결코 녹록한 상대가 아니다. 재임기간 닉슨,카터 그리고 부시등 미국전임대통령들과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는 아사드는 아랍권에서 「미국지도자를 요리할 수 있는 유일한 아랍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특히 70년대 닉슨과 카터등 두미전대통령은 아사드와의 외교 담판에서 철저히 농락당해 당시 국내에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번 클린턴과의 정상회담을 먼저 요구한 측도 시리아이다. 아사드는 작년 10월 파루크 알샤라시리아외무장관을 워싱턴에 급파, 정상회담을 요청했다. 진전없는 이스라엘과의 협상대신 이스라엘의 최대지원국인 미국을 통해 골란고원반환등 중동현안을 직접 담판짓겠다는 심산이었다.
미국은 시리아의 정상회담요구에 한동안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시리아를 리비아·북한등과 함께 테러국가로 규정하고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클린턴행정부는 중동평화의 보장을 위해선 아랍측 맹주인 시리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아래 결국 작년12월초 시리아를 방문한 워런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을 통해 수락의사를 통보했다.
시리아에 대한 클린턴미대통령의 요구사항은 ▲이스라엘과의 직접대화 추진▲중동평화회담의 계속성 약속 ▲강경 팔레스타인게릴라집단에 대한 지원중지등 세가지로 압축된다. 특히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관계개선은 중동평화의 「최후관문」이다. 팔레스타인자치를 위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의 세부협상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에 시리아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할 경우 중동지역은 명실상부한 평화시대를 맞게 된다.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긴장관계가 풀어지고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시리아의 영향권에 있는 레바논등 여타아랍권도 이스라엘과 관계증진에 나설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시리아 관계개선의 최대걸림돌은 이스라엘이 67년 중동전에서 뺏은 골란고원의 반환문제다. 이스라엘은 안보를 이유로 골란고원을 4단계로 나누어 반환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시리아는 전면반환을 강력히 요구하고있다. 시리아는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비밀협상을 갖자는 이스라엘의 요구를 계속 묵살해왔다.
따라서 클린턴은 아사드를 만나 이스라엘과의 협상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위해 시리아에 대한 경제지원을 약속할 전망이다. 이와함께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본부를 둔 반PLO세력에 대한 지원을 중지해 이스라엘 점령지내 「예리코―가자지구」에서 4월이후 실시될 팔레스타인자치에 협력하라고 요청 할것으로 보인다.
물론 「다마스쿠스의 사자」라는 별명의 아사드가 클린턴의 회유에 순순히 응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시리아는 지난해 9월 이스라엘―PLO 자치협정체결이후 처한 외교적 고립의 탈피와 향후 경제재건에 필요한 미국의 지원필요성을 감안, 미국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있다.
미행정부는 만약 시리아가 이스라엘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PLO자치가 본궤도에 오를경우 보다 확실한 중동지역의 안정을 위해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본딴 「중동판 CSCE」의 창설도 고려하는것으로 알려졌다.이번 유럽순방에서 외교정치 가로서의 변신을 노리는 클린턴이 아사드와의 정상회동에서도 평화중재자로서의 외교역량을 보일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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