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기량·값싼 레슨비 등 “경쟁력”/국내 교습전문화 등 대응책 시급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로 인한 문화개방의 물결이 음악교육분야로도 거세게 밀려오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 1월부터 예체능계 전문학원을 개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연주실기를 가르치는 콘서버토리 형식의 외국 음악학원들이 몰려 들어와 국내 음악교육계에 큰 타격을 줄 것이 우려되고 있다. 전문적인 교습방법과 뛰어난 연주기량을 갖춘 외국의 음악학원들이 들어올 경우 국내 음악사교육부분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이고 음악교육 전체가 뿌리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관계자들은 그동안 해외 연주자들의 「마스터 클래스 붐」에서 드러났던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외국인 선호의식을 생각해 볼 때 외국 음악학원의 진출이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날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관련법규가 마련되지 않아 어떤 방식으로 어떤 학원이 들어올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재로는 동구권이나 구소련지역의 연주자들을 강사로 한 콘서버토리 형식의 음악학원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들은 연주기량이 뛰어난 반면 국내 강사들보다 상대적으로 값싼 인력들이어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상품」임에 틀림없다.
본격적인 음악학원은 아니지만 동구권 연주자들의 음악레슨은 이미 국내에서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고, 몇몇 음악단체에서도 학원개방 이후 합작투자 형식의 음악학원을 설립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의 단원인 불가리아 연주자 2명은 지난해 11월부터 국민학생과 중학생 20여명을 대상으로 콘서버토리 형식을 띤 1년 과정의 레슨을 실시하고 있다. 이 레슨은 우리 대학강사들이 받는 평균 레슨비인 1회당 7만원의 절반도 안되는 3만원을 받는데다 교육방식도 비교적 체계적이어서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국민학교 2학년짜리 딸을 이 레슨에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외국인 연주자들로부터 직접 배우니까 외국유학을 간 것 같은 효과를 얻는다. 단순히 연주기량만 중시하는 국내 강사들과 다르게 음악 자체를 소화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레슨의 중점이 두어진것 같다』고 말했다.
음악 관계자들은 고액시비로 얼룩졌던 레슨과 주먹구구식 교습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우리의 음악사교육이 전문적인 교육방식을 도입하고 적정 수준의 레슨비를 책정하는등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서양음악이 들어온지 1백년이 넘었지만 피아노를 배우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독일의 바이엘 교본만 사용하고 이를 대신할만한 우리식 교본을 개발하려는 시도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동안의 음악사교육이 학부모의 사행심을 이용해 고액의 레슨비를 받은 것은 물론 학교진학의 루트역할을 해온 점을 과감히 떨쳐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평론가 탁계석씨는 『이제라도 우수한 강사인력을 확보하고 한국적인 음악교육방식과 교본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보다 과감한 투자가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예술종합학교 이강숙교장은 『외국 음악학원 진출을 막을 수는 없지만, 저질 외국학원의 무분별한 진출을 막기위한 제도적인 장치는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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