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때 실력자 최영희씨가 대표/영세기업 유평상사 발행후 부도/동화은-삼보신용금고, 출장소장 배서효력 다툼/“장령자씨부부 최씨와 절친” 구설수/거액발행·지급보증·할인배경 촉각 동화은행과 삼보상호신용금고가 부도어음 30억원의 배서(배서) 효력을 둘러싸고 법정싸움에까지 이르는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문제가 된 이 어음의 발행인이 3공시절 국방부장관과 유정회의장을 지낸 최영희씨(74)가 대표이사로 돼있는 유평상사(서울 강남구 신사동 563의 17)로 밝혀져 갖가지 억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씨가 82년 어음사기사건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큰손」장령자·이철희씨와 최근까지 매우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져 단순 부도사고 이상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3일 유평상사가 50억원 어치의 융통어음(물품거래와 관계없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빌려쓰기 위해 발행하는 어음)을 삼보신용금고에서 할인,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 어음에 동화은행 삼성동출장소장 장근복씨(현재 대기발령중)가 출장소장 직인을 찍어 배서를 한데서 비롯됐다.
유평상사는 이 어음할인후 1개월여만인 12월10일 부도를 냈고 삼보측은 50억원중 20억원만 회수한채 나머지 30억원은 돌려받지 못했다. 이렇게 되자 삼보측은 동화은행측에 출장소장이 배서한 사실을 들어 변제를 요구했으나, 동화은행은 출장소장의 배서는 정상적인 지급보증 절차를 거친 것이 아니라며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고 이에 삼보측은 지난해 12월28일 서울민사지법에 동화은행을 상대로 어음지급청구소송을 제기, 오는 18일 1차공판을 앞두고 있다.
동화은행은 이에 대해 ▲동화은행이 정식으로 이 어음에 지급보증해준 일이 없으며 ▲실제 여신기록에도 잡히지 않았고 ▲삼보신용금고 조정상전무가 문의했을 때 지급보증사실이 없음을 알렸다는 점을 들어 동화은행 법인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보신용금고는 ▲출장소장이나 지점장은 법인의 행위를 대리하는 것으로 출장소장이 직인을 찍어 배서한 이상 동화은행 법인의 행위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 것이고 ▲여신기록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은행 내부 업무처리상의 문제이며 ▲조전무의 확인문제도 어음할인이 이뤄진 후에 동화은행 본점의 주장을 들은 것일 뿐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두 금융기관의 공방이 아니라 어떻게 이같은 부실기업이 발행한 수십억원의 융통어음이 그처럼 쉽게 지급보증 또는 할인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유평상사는 「만보기」와 같은 건강측정기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로 자본금 1억원에 연간 매출액이 4천만원(92년)에 불과한 영세기업이다.
이 때문에 금융계에서는 이 어음에 장출장소장이 직권으로 배서하게 된 경위와 삼보신용금고가 그 기업에 대한 세밀한 심사도 없이 쉽게 할인해준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동화은행측은 이에 대해 『장소장이 예금실적을 높이려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것같다』고 말했다. 삼보측은 『기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었지만 최영희씨의 사회적인 비중과 은행의 지급보증을 보고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편 증권가등에서는 이 사건의 배후에 「큰손」장령자씨가 있다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우선 유평상사 대표이사인 최씨가 장씨의 남편인 이철희씨와 군 선후배사이로 막역한 관계이며, 『네것 내것이 따로 없는 사이』(최씨 주변인물의 말)로 지내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 장씨부부가 최근 부산에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해 부과된 종합토지세를 유평상사 명의의 어음으로 납부했으나 이 어음도 부도가 난 것으로 알려져 장씨가 이번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이 장씨의 사위인 탤런트 김주승씨가 40여억원의 부도를 내고 도피한 때와 비슷한 시점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김씨의 부도와 관련이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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