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부쩍 국제화라는 말이 우리의 귀를 무척 시끄럽게 한다. 이젠 이발소와 미장원도 외국 자본에 문호를 열게 되었다 한다. 프랑스의 미장원이 서울에 점포를 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머리다듬기까지 신토불이를 외치자니 농산물과는 성격이 다른 탓으로 뭔가 당치 않다는 느낌을 숨길 수 없다. 우리 여성들은 머리손질을 보통 「미장원」이나 「미용실」에 맡겨왔다. 어떤 명칭의 간판을 달았든 고객에게 베푸는 서비스의 내용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명칭이 「헤어 스튜디오」 「뷰티 숍」 「헤어 아트」 「헤어 앤드 스킨」등처럼 이국적인 냄새를 풍기면서부터 적잖은 차이가 나기 시작한 듯하다. 외국식 이름의 업소에서는 단순히 머리손질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아름다움 전반을 다듬어 주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듣자 하니 주로 미스 코리아 후보를 발굴하는 곳도 있다 한다.
얼마 전부터 「머리방」이라는 간판이 부쩍 늘었다. 소박하게 주로 머리손질을 주업으로 삼는 업소에는 아무래도 이런 이름이 제격이다. 그러나 꽤 기업화되고 온갖 맵시를 다듬는 업소는 그에 걸맞는 우리 이름을 내걸고, 기상천외하고 이색적인 이름으로 우리 눈을 현혹시킬 외국 점포와 맞대결을 하는 것이 뭇 고객들의 성원을 받기 좋을 것이다.
「아름답다」라는 낱말의 앞부분 「아름」의 뜻은 아직 불분명하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것으로 아이 이름도 짓고 점포의 상호로도 쓴다. 그리고 보통 「아름다움」이라는 뜻으로들 받아 들이고 있다. 일반적인 말로 쓰기에는 아직 부적절하지만 일종의 상호에 가까운 것에는 그런 대로 응용해 볼 만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머리 모양에서 피부 관리까지 온갖 매무새를 다듬는 업소의 이름으로 「아름방」이라는 말을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간단한 머리손질은 「머리방」에서 경제적으로 하고, 결혼 같은 대사에 즈음한 맵시내기는 「아름방」에서 아름다움을 한껏 가꾸어 보자고 뜻있는 여성들에게 권하고 싶다. 무슨 뜻인지 아리송한 외국어로 지은 허풍스러운 업소보다 뜻이 분명한 이름의 업소에서, 내용이 분명한 서비스를 받고 알맞는 값을 치르는 것이 국제 경쟁 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알뜰살림의 원칙이 아니겠는가.<김하수·연세대 국문과교수>김하수·연세대 국문과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