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약이요, 아는게 병」이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최근의 식수위기 확산과정을 지켜보노라면 국민 누구나 한탄이 지나쳐 차라리 그런 속담마저 떠올리게 된다. 그런 국민적 한탄은 상수원의 암모니아성 질소오염에 이어 벤젠과 톨루엔이라는 발암성물질오염마저 환경처가 공식발표하기에 이르렀다지만, 그동안 모르고 그런 물을 마셔온게 또 얼마나 될것인가하는 강력한 의문때문이다. 이같은 의문과 위기감은 벤젠·톨루엔과 같은 발암물질이 우리나라의 공식적 수질검사항목에 원천적으로 포함되어있지 않았었고, 이번 검출자체도 원수뿐만아니라 정수까지 망라한 것이어서 한결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번의 환경처발표가 비록 솔직하다곤해도, 지난9일에 검출된것을 지금껏 5일간이나 숨긴채 「끓여먹기경보」를 늦춰온 사실은 어떤 변명으로도 그 책임을 벗어날 길이 없다 하겠다.
이처럼 발암성물질에 대한 수질검사항목조차 없고, 분뇨및 폐수방류를 제대로 단속도 않았을 뿐더러, 상수원관리는 4개부처가 나눠갖고있어 뚜렷한 책임부서도 없으며, 걸핏하면 오염사실조차 숨기기 일쑤였다면 상황을 과연 어떻게 봐야 하는가. 한마디로 「깨끗한 물」공급행정의 사실상 부재요, 불신에 다름아닌 것이어서 식수확보의 총체적 위기라 할만하다.
사실 지금까지는 지역별로 시기별로 한정돼 단속적으로만 식수나 상수원오염이 문제되어 왔었지만, 이처럼 진상을 알고보면 그런게 아니었다. 국민들만 모르고 넘어왔을뿐 허술하기만했던 관리기준이나 단속·점검으로 이미 상수원은 오염될대로 오염되어 있었고 발암물질이나 중금속은 그동안도 쉴새없이 강물속을 흘러내렸던 것이다.
그러고보면 이제는 낙동강만 문제될게 못되고 한강만의 일도 아니다. 우리 강산 전체의 환경지키기문제일 뿐더러 맑은물 확보를 통한 절박한 생명지키기 문제로 까지 통한다. 아울러 우리가 막대한 세금으로 운용하고 있는 행정조직의 효율성과 신뢰문제마저 걸려있다 하겠다. 예부터 치산치수는 나라의 큰일이었다. 그런 가장 근본적인 일도 못해내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일 이상으로 더 큰 위기는 없을 것이다.
이같은 때일수록 정권과 정부차원에서 위기관리능력의 기민한 발휘가 중요해진다. 물비상사태의 극복을 위해서는 국가능력을 총동원한 신속 정확한 오염실상파악과 솔직한 공개부터가 필수적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근원적 대책수립은 물론이고 국민적 협력마저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천여만 국민의 온갖 생활및 기업활동자체가 모두 오염원인데 정부·국민·기업의 협력없이는 위기극복이나 깨끗한 물확보는 불가능하다.
당국은 차제에 상수원관리및 폐수방출단속부재와 오염의 책임도 아울러 강력히 물어 근원적 물 대책수립의 계기와 분위기도 잡아나가야 할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