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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점 도보정복 장하가/이민섭 문화체육부장관(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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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점 도보정복 장하가/이민섭 문화체육부장관(특별기고)

입력
1994.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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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 세계로 향한 도전을 다짐하는 새해 벽두에, 지구의 마지막 극점에 한국일보 창간40돌기념 남극점탐험대가 우뚝 섰다는 낭보를 접했다. 참으로 장하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허영호 대장을 비롯한 한국탐험대의 쾌거는 곧 우리 한국인 모두의 성취이며, 민족사의 큰 족적으로 남을것이다.

 이번 남극점 정복은 그 안에 담긴 뜻이 여러모로 유별하다. 우선 탐험이 성공한 시점이 상징하는 바가 크다. 올해는 「세계화의 원년」으로 온 국민 모두가 제2 건국을 맞는 비장한 각오로 세계에 대한 도전과 응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같은 1994년의 첫 소식으로 남극점 정복의 쾌보에 접한것은 우리 역사의 길조라 할 수 있다.

 세계 역사를 살펴 볼 때도 남극 탐험대와 그 국가의 힘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무수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남극점 도보정복에 성공한 나라는 영국과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 세 나라 뿐이었으며, 이 나라들의 성취는 모두 국운이 최고조에 달해 있을 때 이루어졌다. 남극을 향하여 탐험을 나설만큼 강한 도전의식을 가진 나라가 국력이 약할 리 없으며, 그런 강한 국력이 바로 탐험의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극도전의 성공은 곧 한국이 세계를 향한 도전에도 성공할것을 알려주는 전초로 보아도 좋을것이다.

 한국탐험대의 성공은 인간의 의지와 힘이 얼마나 무한한것인가를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롭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 대원들은 체중의 배나 되는 짐썰매를 끌고가면서 단 한차례도 쉬지 않고 한번의 중간 보급도 없이, 순수히 자신들만의 힘으로 대장정에 성공했다. 우리는 어려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불꽃같이 일었던 한 민족의 잠재력을 이들로부터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진실로 인간에 대한 경의와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로 가슴 벅차다.

 또 하나 눈여겨 볼것은 탐험대원들의 단결과 화합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큰 위업을 이루는 데 대원간의 협조가 필수라는것은 상식이다. 모든 대원들의 완벽한 팀워크가 없었더라면 정복은 불가능했을것이다.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여럿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제힘을 모두 발휘할 수 없다.

 한국이 자랑하는 산악인· 탐험가이며 세계가 높이 평가하는 허영호 대장의 투지와 능력은 비길데 없이 훌륭하다. 그러나 그의 철인과 같은 의지도 조직적인 뒷받침과 동료들의 합심이 없었더라면 빛날 기회를 얻지 못했을것이다. 한국인은 개인적으로는 어느 민족보다 빼어나지만 합치면 그렇지 않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능력은 합치면 합칠수록 더욱 커진다는것을 이번 장거가 잘 보여주었다.

 남극탐험에서 보았듯이 어떤 험난한 조건도 우리는 의지로 극복할 수 있다. 자원이 빈약하다거나, 지정학적으로 불리하다거나 하는 여건론이 세계의 중심에 한국이 서는것을 막을 수는 없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의 치밀한 뒷받침과 국민의 화합이 전제되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의 청소년들이 어른의 과보호속에 너무 나약해지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바다로 향했던 장보고 장군이나, 만주벌을 누볐던 광개토대왕의 웅혼한 기개는 간데 없고, 눈 앞의 편의와 만족만을 추구한다고 걱정들을 한다.

 그러나 나는 우리의 청소년들 사이에 제2, 제3의 어린 허영호가 숨어 있음을, 그리고 강건한 민족의 정기가 흐르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들에게 잠재해 있는 민족혼을 불러 일으키는것은 어른들의 책임이다. 문화체육부에서 용기와 긍지, 협동등 청소년 6대 지표를 배양하기 위한 청소년 육성정책을 지속적으로 펴나가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청소년들이 살아갈 내일의 세계는 어쩌면 광활한 대설원과 험준한 빙벽, 그리고 거센 극풍이 몰아치는 남극대륙과 같이 예측 못할 위험과 도전이 도사리는 곳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미래는 결국 불굴의 의지를 가진 인간에 의해 정복되고 말것이다.

 허영호와 같은 위대한 모험가의 오늘은 피나는 강훈련과  오랜 인고의 세월이 있었기에 얻어진것이다. 미래의 도약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의 오늘은 힘겹다. 그러나 시련과 고통이 없다면 영광도 없다.

 우리의 청소년을 기다리는 미개척의 극점은 아직도 무수히  많다. 과학의 영토에서, 예술의 영토에서, 그리고 지성의 영토에서 우리가 도달해야 할 극점들은 한없이 펼쳐져 있다. 꿈과 용기가 있는 청소년만이 여기에 도달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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