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은 제2의 창조라고도 한다. 남의 것을 보고 배우고 터득하여 제대로 소화한뒤 창의력을 발휘하면 그렇다는 뜻일 게다. 정교한 모조품은 얼핏 보기에 진품보다 나은 것도 있다. 모방은 아무 데나 통하는 게 아니다. 이것이 예술에 옮겨지면 표절이 된다. 섣불리 모방하다 망신당하기 알맞다. ◆우리나라 TV프로는 유행성이 강하다. 어느 방송에서 인기가 있다면 우르르 유사한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가령 드라마를 보면 멜로드라마가 하나 히트한다면 즉각 멜로 일색으로 바뀐다. 희극이 시청자를 끌어들이면 채널마다 웃기느라고 법석을 떤다. 시청률과 인기도에 집착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모방현상이라고 하지만 확실히 정도가 지나치다. ◆요즘은 각 방송국이 퀴즈프로로 경쟁을 벌인다. 프로의 이름만 다를 뿐 진행에서 꾸미는 내용까지 거의 엇비슷하다. 게다가 출연자는 연예인 중심이니 겹치는 얼굴도 많다. 그래서 채널을 이리저리 옮겨봐야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저 봐주는 수밖에 없다. 유행과 모방에도 창의력이 약하면 싫증이 나게 마련이다. 이런 프로가 반복되는 것은 전파의 횡포가 아닐까. ◆어느 방송연구기관이 철저하게 분석한 「모방현상」을 보면 2중성이 드러난다. 하나는 외국TV 베끼기요, 또 다른 하나는 국내방송끼리의 닮은 꼴이다. 외국 것에서 아이디어를 구함은 탓할 바 아니다. 그것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노력과 창의가 필요하다. 유행과 인기에만 연연하는 타성을 떨쳐버리지 못하면 창의력은 살아나기가 어렵다. ◆경쟁력강화는 산업에서만 아니라 방송에서도 강조될만 하다. 외국프로에도 맞설만한 창의와 개발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우물안에서의 전파경쟁을 벗어나 더 넓은 경쟁의 마당으로 나서려는 의지부터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TV도 미래화를 지향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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