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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새국제질서 수립 모색/양국정상 오늘 「모스크바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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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새국제질서 수립 모색/양국정상 오늘 「모스크바선언」

입력
1994.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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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축·핵확산금지 공동보조 초점/러시아개혁 실질 지원방안 주목 미국과 러시아가 냉전종식이후 진정한 동반자로 새 국제질서를 이끌 수 있을 것인가. 빌 클린턴미대통령과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의 모스크바 정상회담은 냉전이후 양국의 세계전략을 조율, 마스터 플랜을 마련하는 계기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14일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모스크바 선언」은 새 국제질서를 위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정상은 상대국과 그동맥국을 목표로한 장거리 전략 미사일을 더이상 겨냥해 배치하지 않기로 합의함으로써 냉전시대를 마감하는 중대한 조치를 취했다.

 또 국제안보와 지역분쟁해결에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하는등 동반자관계를 실질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일간 세보드냐지는 지난12일 러시아가 유엔산하에 미국과 러시아군으로 구성된 「특별평화유지군」을 창설하도록 제안하는등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양국이 앞으로 평화를 위한 동반자로 어떤 협력관계를 추구해 나갈 것이냐 하는 방향과 목표가 꼭 일치하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이는 러시아개혁정책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미국의 지원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이 서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클린턴의 친구이자 대러시아정책수립자인 스트로브 탈보트미국무부장관 지명자는 지난11일 이즈베스티야지와의 회견에서 『지난 12·12총선에서 지리노프스키의 극우 민주주의세력이 승리한 것은 경제개혁의 충격요법으로 인한 러시아인들의 고통 때문이 아니라 개혁의 속도가 느린데 따른 고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발언은 그동안 클린턴행정부가 러시아의 개혁정책을 지원하면서 추진해온 대러시아정책노선을 분명하게 대변해주고 있다. 클린턴은 대통령취임후 지난해 4월과 7월 캐나다의 밴쿠버와 일본의 도쿄에서 옐친과 정상회담을 갖고 4백30억달러(서방선진7개국 지원금포함)를 지원해 줄 것을 약속했다.

 이 막대한 자금은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등이 내세운 경제정책과 조건을 러시아가 이행해야만 집행되도록 규정됐었다.

 이 규정 때문에 러시아는 일부분의 자금만을 지원받았으며 그나마 국내 정정불안과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경험미숙등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국가의 지원이 무기나 우라늄 수출등 러시아군수산업의 재건을 통해 경제전반의 활력을 되찾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길 희망했었다. 미국은 이를 거부함은 물론 인도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판매, 이란에 대한 잠수함 수출등에 제동을 걸고 나왔다. 이 때문에 러시아내 보수파들과 일부 국민들은 미국의 이같은 태도에 「미국이 과연 동반자인가」하는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클린턴의 러시아방문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평화를 위한 동반자」 계획과 함께 옐친진영의 입지를 강화시켜 줄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볼 때 미국은 러시아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충격요법을 보완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시해야 할 것이다.

 옐친의 임기는 2년여밖에 남지 않았으며 현재의 경제상황이 그때까지 계속될 때 러시아에 어떤 지도자가 등장할지 예측키 어렵기 때문이다.

 나토의 평화를 위한 동반자계획을 이행키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바로 러시아의 안정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은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투자를 확대하고 항공 우주 에너지분야 등에서 광범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등 러시아의 경제발전과 안정을 위해 협조해야 할 것이다.

 클린턴이 14년전 영국 옥스퍼드대에 유학중 겨울방학을 이용해 방문했던 모스크바는 현재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당시 모스크바는 하나의 이념하에 질서가 잡힌 도시였지만 현재는 그 영광과 자존심을 잃어버린채 혼란속에서 방황하는 도시가 됐다. 진정한 동반자나 친구라면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도움을 줄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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